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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끌 Mar 14. 2021

서울에서 살아남기

지방 사람으로서 막연히 서울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학창 시절엔 큰 맘먹고 새벽같이 일어나 버스를 타고 장장 몇 시간을 달려 서울로 놀러 오곤 했는데, 그 당시엔 또 외박이 어려우니 막차 시간 때문에 저녁때쯤 되면 다시 내려가야만 했다. 나중에 꼭 서울에 한번 살아봐야지, 그때도 생각했던 것 같다.


대학교 3학년 휴학과 동시에 서울로 올라오게 되었다. 지방에서 대학을 다니던 내가 졸업도 하지 않고 서울에 왜 올라왔느냐 하면, 나보다 졸업을 빨리한 동생 때문이었다. 동생은 나보다 더 확실하고 큰 서울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졸업하자마자 서울 독립을 희망했고, 동생을 혼자 보내기 불안했던 부모님은 마침 휴학한 나를 서울로 같이 올려 보냈다. 동생 때문인지, 덕분인지 얼떨결에 나는 서울로 오게 되었고 그 이후 지금까지 쭉 서울에 살고 있다.


처음에는 동생과 둘이 작은 원룸 월세방에 살았다. 처음엔 그저 좋다며 꾸역꾸역 좁은 집에 둘이 아등바등 살았지만, 이제 생각해보면 어떻게 살았지 싶다. 월세 2년 계약이 끝나고 대출을 받아 전셋집으로 이사했다. 매달 나가는 월세가 은근 부담이 되고, 좁은 집에 비집고 들어가 살려니 몸과 정신이 건강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안 그래도 서울 전세난이라더니, 이사할 집을 찾는 것도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서울에 집 있는 사람들은 정말 좋겠다. 우리와는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이겠지, 현타가 오기도 했다. 겨우 찾은 전셋집 바로 길 건너편에 큰 아파트 단지가 여러 있어서 더 그럴 수도 있다. 아무튼, 전셋집을 구해 차근차근 이사 준비를 했다. 조금이라도 이사 비용을 아껴보고자 쉬는 날이면 짐을 나르기도 했고, 도배랑 페인트 작업을 제외하곤 하나부터 열까지 되도록이면 셀프 인테리어로 진행했다. 내 수고와 애정이 가득 담은 전셋집에 추운 겨울 이사를 했다. 넓어진 집에 신나 추운지도 몰랐던 것 같다.


전세로 들어온 이상 최대한 오래 살아보자, 싶었는데 얼마 전 옆집에서 문을 두들겼다. "혹시 이 동네 재개발한다는 소리 들으셨어요?". 물론 재개발이 추진된다고 하더라도 몇 년은 걸리겠지 싶지만 벌써 마음이 무겁다. 아 서울살이 팍팍하네, 집 구해 살기가 이렇게 힘들다니. 이번 집에 에너지를 다 쏟았는데, 우리가 다시 이사를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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