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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끌 Mar 21. 2021

내 잠옷

이전에는 목이 다 늘어난 티라던지, 헐렁해진 추리닝이라던지, 그저 옷장 속 제일 후줄근하고 편한 옷을 찾아 잠옷으로 입곤 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인지 잠옷을 하나 둘 사 모으기 시작했다.


일상복과 잠옷의 경계가 생기면서, 내 수면의 패턴이 정해지고 질이 좋아진 것을 스스로 느낀다. 첫째로는, 잠옷을 입고 절대 외출하지 않는다. 잠옷은 집에서만 외출 시에는 옷을 갈아입고 나간다. 둘째로, 집에 돌아와 여러 개의 잠옷 중 그날 기분에 따라 하나 골라 입는다. 아끼는 잠옷들 중 하나를 고른다는 행위 자체가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준다. 셋째로, 계절별로 잠옷을 구분해 입는다. 이번 겨울엔 처음으로 두터운 수면잠옷을 사봤는데 그렇게 따뜻할 수가 없다. 매일 포근하게 잠들 수 있다.


내게 잠은 삶에서 제일 중요한 것들 중 하나인데, 옷을 챙겨 입는다는 건 어쩌면 그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격식을 갖추고 제대로 잠을 청하겠다는 그런 자세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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