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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끌 Mar 19. 2021

겨울 기분

선선한 바람도 그렇고 옷차림이 한결 가벼워진걸 보니 겨울이 끝나가나 보다.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 겨울을 싫어하지만, 막상 겨울이 끝나감을 체감하니 조금 아쉬운 것 같기도 하다. 겨울의 그 추위와 따뜻함의 묘한 공존을 떠나보내야 할 때이다.


내겐 겨울 기분이라는 게 있다, 감히 설명해보자면 영화 <러브레터> 나 <윤희에게>에 나오는 겨울의 일본, 눈이 가득 쌓인 그곳의 느낌. 겨울은 평화롭기도 따뜻하기도 무언가 몽글몽글 거리는 그런 기분이기도 하다. 캐럴보다는 그냥 겨울 그 고요한 적막이 흐르는 느낌.


이번 겨울에도 몇 번 겨울 기분을 느꼈다. 조금 늦은 저녁, 집에 돌아가는 길 가득 쌓인 눈 위로 혼자 걷고 있음을 인지했을 때, 근무하다 문득 내다본 창밖으로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있을 때, 주섬주섬 장갑을 벗고 소복이 쌓인 눈을 만져볼 때, 남의 발자국을 따라 눈길 위를 걸어갈 때.


겨울 기분이  좋다. 떠나보내기 아쉬울 정도로. 이 기분이 잊힐 때쯤 한창 그리워할 때쯤 다시 겨울이 찾아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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