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바람도 그렇고 옷차림이 한결 가벼워진걸 보니 겨울이 끝나가나 보다.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 겨울을 싫어하지만, 막상 겨울이 끝나감을 체감하니 조금 아쉬운 것 같기도 하다. 겨울의 그 추위와 따뜻함의 묘한 공존을 떠나보내야 할 때이다.
내겐 겨울 기분이라는 게 있다, 감히 설명해보자면 영화 <러브레터> 나 <윤희에게>에 나오는 겨울의 일본, 눈이 가득 쌓인 그곳의 느낌. 겨울은 평화롭기도 따뜻하기도 무언가 몽글몽글 거리는 그런 기분이기도 하다. 캐럴보다는 그냥 겨울 그 고요한 적막이 흐르는 느낌.
이번 겨울에도 몇 번 겨울 기분을 느꼈다. 조금 늦은 저녁, 집에 돌아가는 길 가득 쌓인 눈 위로 혼자 걷고 있음을 인지했을 때, 근무하다 문득 내다본 창밖으로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있을 때, 주섬주섬 장갑을 벗고 소복이 쌓인 눈을 만져볼 때, 남의 발자국을 따라 눈길 위를 걸어갈 때.
겨울 기분이 참 좋다. 떠나보내기 아쉬울 정도로. 이 기분이 잊힐 때쯤 한창 그리워할 때쯤 다시 겨울이 찾아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