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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끌 Apr 15. 2021

아빠 힘내세요

아빠의 노고에 대해 생각한다. 예순을 앞둔 그 나이에 자신의 몸을 희생해가며 가족을 부양하려 애쓰시는 그 노고에 대해 생각한다. 이제 그만 쉬라고 말하지 못하는 내 모습이 밉고, 아직까지도 경제적으로 완전히 자립하지 못해 부담감을 덜어들이지 못하는 현실에 초라해진다.


아빠의 그 어깨가 무겁다는 사실을 언제부터 알았을까. 어쩌면 진작에 알았지만 모르는 척했을 수도 있고, 너무 당연하게 생각해 의식을 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지금 아빠의 어깨는 이미 내려앉았고, 그저 묵묵히 버티고 있을 뿐이다.


아빠는 이제껏 희생할만한 충분한 명분이 있었을까.  그저 딸 둘을 포함한 가족인 걸까. 아빠 힘내세요 재잘재잘 노래 부르는 어린 딸들이 정말 힘이 되었을까. 더 이상 노래 불러주지 않는 우리 자매가 여전히 힘이 될까. 그런 궁금증이 생겼다.


아빠가 원망스러울 때도 있다. 괜히 친구들에게 떳떳하지 못할 때도 종종 있고 못된 말을 슬쩍하기도 한다. 물론 뒤돌자마자 후회하는 일들이지만 그런 마음이 생겼다는 자체가 죄스럽다. 이젠 아빠에게 의지가 될 만한 딸이 되고 싶다. 아빠의 어깨에 짊어진 그 무거운 짐을 조금은 덜어드릴 수 있을까.


조금 더 살가운 딸이 되어야지. 자주 연락드리는 딸이 되어야지. 딸만 둘인 아빠가 외롭지 않게 내가 잘해야지. 내가 나이 들어가듯 늙어가는 아빠와 오래오래 함께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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