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에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을 하던중었다. 그날따라 이상하게 어딜 가도 사람이 넘쳐나는 거다. 카페에도 길가에도 광장에도 강변에도 사람이 많더라. 상점에선 캐럴이 흘러나오고 심지어 직원이 ‘메리 크리스마스’ 인사를 해주길래 이 나라는 크리스마스를 이렇게나 길게 즐긴다고? 싶었다. 한참을 돌아다니다 저녁쯤 됐을까 갑자기 폭죽 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무슨 일이야, 더 가까이서 불꽃놀이 보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정말 빈틈없이 사람들이 길가에 꽉 차 있었고 다 같이 환호했다.
강가에 도착했을 때 저 건너편에서 터지는 불꽃이 선명하게 보였다. 이내 사람들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꽤나 오래 불꽃놀이는 이어졌고, 우리는 그저 감탄하며 바라볼 뿐이었다. 오늘이 무슨 날인 게 분명하다, 하고 검색해보니 1월 7일은 러시아 정교의 크리스마스라고 한다. 여행 동안의 의문이 드디어 풀렸다. 신기하고 행복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맞이한 또 한 번의 크리스마스였다. 며칠 사이에 마주한 두 번째 크리스마스는 예상치 못했던 만큼 더 큰 행복으로 다가왔다. 제일 좋아하는 친구들과 타국에서 이런 큰 행운을 마주하다니, 여행이 특별해짐을 우리 모두가 느꼈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와 잠에 들기 전까지 우리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두 번의 크리스마스를 보낸 이야기를 이렇게 지금까지도 하고 있는 거 보면, 평생 잊지 못할 듯싶다. 메리 크리스마스. 또 한 번의 크리스마스를 보내러 여행을 떠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