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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끌 Apr 23. 2021

1월 7일 크리스마스

추운 겨울에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을 하던중었다. 그날따라 이상하게 어딜 가도 사람이 넘쳐나는 거다. 카페에도 길가에도 광장에도 강변에도 사람이 많더라. 상점에선 캐럴이 흘러나오고 심지어 직원이 ‘메리 크리스마스’ 인사를 해주길래 이 나라는 크리스마스를 이렇게나 길게 즐긴다고? 싶었다. 한참을 돌아다니다 저녁쯤 됐을까 갑자기 폭죽 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무슨 일이야, 더 가까이서 불꽃놀이 보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정말 빈틈없이 사람들이 길가에 꽉 차 있었고 다 같이 환호했다.


강가에 도착했을 때 저 건너편에서 터지는 불꽃이 선명하게 보였다. 이내 사람들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꽤나 오래 불꽃놀이는 이어졌고, 우리는 그저 감탄하며 바라볼 뿐이었다.  오늘이 무슨 날인 게 분명하다, 하고 검색해보니 1월 7일은 러시아 정교의 크리스마스라고 한다. 여행 동안의 의문이 드디어 풀렸다. 신기하고 행복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맞이한 또 한 번의 크리스마스였다. 며칠 사이에 마주한 두 번째 크리스마스는 예상치 못했던 만큼 더 큰 행복으로 다가왔다. 제일 좋아하는 친구들과 타국에서 이런 큰 행운을 마주하다니, 여행이 특별해짐을 우리 모두가 느꼈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와 잠에 들기 전까지 우리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두 번의 크리스마스를 보낸 이야기를 이렇게 지금까지도 하고 있는 거 보면, 평생 잊지 못할 듯싶다. 메리 크리스마스. 또 한 번의 크리스마스를 보내러 여행을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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