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좋다는데, 나만 왜 이럴까?" 라벤더의 배신감
"불면증엔 라벤더", "불안할 땐 라벤더"... 세상의 거의 모든 평온과 위로가 보랏빛 라벤더 밭에서 비롯되는 것만 같습니다. SNS와 잡지는 라벤더의 효능을 찬양하고, 친구들은 하나같이 라벤더 오일을 '인생템'이라 추천합니다. 그 말들을 믿고,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받고 싶은 기대에 부풀어 맡아본 라벤더 향. 하지만 이게 웬일일까요? 평온함은커녕, 관자놀이를 짓누르는 듯한 두통이 찾아오거나 속이 울렁거리는 불편함에 황급히 코를 막았던 경험, 없으신가요?
마치 모두가 극찬하는 영화를 보고 나만 재미없다고 말해야 할 때처럼, 혹은 모두가 좋아하는 음식에서 나만 이상한 맛을 느낄 때처럼, 우리는 어딘가 잘못된 것 같은 기분에 휩싸입니다. '내 코가 이상한가?', '내가 너무 예민해서 그런가?'라며 자신의 감각을 의심하고, 라벤더의 위로조차 받지 못하는 자신을 탓하기도 합니다.
이 글은 바로 그런 당신을 위한 안내서이자 변호문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신의 후각은 결코 틀리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몸은 지금 자신에게 맞지 않는 신호를 정직하게 보내고 있을 뿐입니다. 라벤더의 위로를 거부하는 당신의 몸과 마음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고, 왜 그런 반응이 나타나는지, 그리고 라벤더 없이도 평온을 찾을 수 있는 향기로운 대안은 무엇인지 함께 찾아봅시다.
우리가 흔히 '라벤더'라고 부르는 식물은 사실 수십 가지의 다른 품종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품종의 오일을 만났느냐에 따라 그 향과 효과는 극명하게 달라집니다. 아로마테라피에서 주로 사용되는 라벤더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뉩니다.
첫째는 트루 라벤더(Lavandula angustifolia)입니다. 이 라벤더는 신경 안정과 이완 효과가 뛰어난 '리날릴 아세테이트(Linalyl Acetate)'라는 에스테르 성분의 함량이 높고, 각성 효과가 있는 '캠퍼(Camphor)' 성분은 거의 없습니다. 우리가 흔히 기대하는 부드럽고 파우더리한 꽃향기와 깊은 진정 효과는 바로 이 트루 라벤더에서 나옵니다.
둘째는 스파이크 라벤더(Lavandula latifolia)입니다. 이 라벤더는 시원하고 날카로운 향이 특징이며, 머리를 맑게 하고 호흡기를 시원하게 하는 '캠퍼'와 '1,8-시네올' 성분 함량이 높습니다. 따라서 진정보다는 각성과 활성화에 더 가까운 효과를 냅니다.
만약 당신이 만난 라벤더가 스파이크 라벤더였거나, 혹은 두 종류가 섞인 라반딘(Lavandin)이었거나, 심지어는 인공 향료였다면, 당신의 신경계는 '안정'이 아닌 '자극'으로 받아들여 두통이나 불편함을 느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당신의 몸이 이미 극도의 피로나 번아웃으로 인해 '휴식-회복'을 담당하는 부교감신경계가 과도하게 활성화된 상태일 수 있습니다. 이는 에너지가 넘치는 활성 상태와는 반대로, 몸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모든 기능을 최소화하고 '셧다운'에 가까운 상태로 들어간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의욕이 없고, 몸이 축 처지며, 어떤 것도 하기 싫은 무기력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때, 강력한 진정 작용을 하는 라벤더 향기는 불타는 집에 물을 뿌리는 것이 아니라, 이미 물에 흠뻑 젖어 축 처진 솜에 물을 더 붓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신경계를 더 깊은 이완과 진정 상태로 이끌어, 오히려 몸을 더 무겁고 가라앉게 만들며 불쾌한 무기력감을 증폭시키는 '과한 진정'의 역효과를 낳는 것입니다. 당신의 몸은 "지금 필요한 건 진정이 아니라, 부드러운 활력이야!"라고 말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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