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P의 정보 필터링을 위한 아로마테라피

세상의 모든 볼륨이 최대로 켜져 있을 때

by 이지현

당신의 하루는 어떤가요? 사무실에 앉아 보고서에 집중하려 하지만, 동료의 키보드 소리, 창밖의 희미한 사이렌 소리, 상사의 미간에 잡힌 미세한 주름, 그리고 내가 지금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한 내면의 불안감까지. 이 모든 정보가 거의 동일한 볼륨으로 당신의 뇌를 향해 쏟아져 들어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배경'일 뿐인 수많은 자극들이, 당신에게는 모두 해석하고 반응해야 할 중요한 '신호'처럼 느껴집니다. 결국, 정작 가장 중요하게 들어야 할 단 하나의 목소리, 즉 내가 지금 집중해야 할 과제의 '신호'는 무수한 '소음'의 파도 속에 묻혀버리고 맙니다.

이번 글에서는 '신호'와 '소음'의 경계가 흐릿한 세상 속에서 힘겨워하는 당신을 위해, 나만의 '정보 필터'를 만드는 법을 탐구하고자 합니다. 우리의 목표는 감각을 둔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예리하게 만들어 불필요한 '소음'은 부드럽게 걸러내고, 정말 중요한 '신호'에만 온전히 집중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향기'는 바로 이 역할을 수행하는 가장 효과적인 '노이즈 캔슬링' 도구가 되어줄 것입니다. 향기는 당신의 복잡한 뇌에, 지금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가장 향기롭고 명료한 신호가 될 것입니다.




당신의 뇌는 왜 모든 소리를 듣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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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터가 얇은' 뇌의 신경과학

우리의 뇌에는 외부의 수많은 감각 정보 중 중요한 것만 걸러서 대뇌피질로 보내는 '시상(Thalamus)'이라는 관문이 있습니다. 비초민감자의 뇌는 이 시상이라는 필터가 상대적으로 두꺼워,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정보(소음)를 효과적으로 차단합니다. 하지만 초민감자의 뇌는 이 필터가 매우 얇고 섬세하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뇌가 '소음'으로 분류하여 차단해 버리는 정보들, 예를 들어 카페의 배경 음악이나 옆 테이블의 대화 소리, 창밖의 풍경 변화까지도 우리의 뇌에는 중요한 정보(신호)일 수 있다는 가능성과 함께 그대로 통과됩니다. 즉, 우리의 뇌는 출발선에서부터 훨씬 더 많은 양의 원본 데이터를 가지고 정보 처리를 시작하는 셈입니다.


모든 것을 연결하는 '깊은 정보 처리'의 함정

이렇게 통과된 방대한 정보는 초민감자의 핵심 특성인 '깊은 정보 처리(Depth of Processing)' 회로를 거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의 뇌는 각각의 정보 조각들을 과거의 기억, 현재의 감정, 미래에 대한 예측과 연결하며 복잡한 네트워크를 형성합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소음'마저도 중요한 '신호'처럼 다루어진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상사가 무심코 내쉰 한숨(소음)은, "내가 제출한 보고서에 문제가 있나?(과거 기억)", "나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현재 감정)", "결국 이 프로젝트에서 제외될지도 몰라(미래 예측)"와 같은 수많은 생각들과 연결되어, 원래의 의미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부정적 신호'로 증폭됩니다.


모든 것이 '신호'처럼 느껴지는 딜레마

결국, 필터가 얇은 뇌와 깊은 정보 처리 방식의 조합은, 우리로 하여금 세상의 모든 것을 의미 있는 '신호'로 해석하려는 경향을 갖게 만듭니다. 우리는 '소음'을 그냥 흘려보내지 못하고, 그 안에도 혹시 내가 놓치고 있는 중요한 의미나 단서가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며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이는 우리를 뛰어난 통찰력을 가진 사람으로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불필요한 정보의 늪에 빠져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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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아로마테라피스트 이지현입니다. 법학과와 스포츠의학을 전공한 뒤, 현재는 국제 아로마테라피스트로 활동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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