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뜨자마자 마주하는 거대한 벽
알람 소리가 울리고 눈을 뜨는 순간, 상쾌함보다는 가슴을 짓누르는 듯한 무거운 압박감이 먼저 찾아올 때가 있습니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머릿속은 이미 오늘 처리해야 할 수많은 일들로 가득 찹니다. 밀린 메일 확인해야 하고, 오후 회의 자료도 검토해야 하고, 저녁에는 장도 봐야 하는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해야 할 일들의 목록은 마치 거대한 벽처럼 느껴져, 시작도 하기 전에 기운을 빠지게 만들기도 합니다. 단순히 게으름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불안과 막막함이 꽤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이런 아침이 반복되면 하루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두려움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우리 초민감자(HSP)들에게 아침은 종종 하루 중 가장 혼란스러운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밤새 쉬었던 뇌가 깨어나면서, 어제 미처 처리하지 못한 감정의 잔여물과 오늘 마주해야 할 과제들이 뒤섞여 한꺼번에 밀려오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복잡한 머릿속을 비우고 지금 당장 해야 할 단 하나를 찾아내기 위해, 우리는 향기라는 도구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향기는 우리의 의식적인 사고 과정을 거치지 않고 뇌에 직접적으로 작용하여, 순식간에 분위기를 전환하고 감각을 깨우는 힘이 있습니다. 특히 레몬과 바질 같은 명료한 향기들은 안개 낀 듯한 머릿속을 환기시키고, 흐릿해진 초점을 다시 맞추는 데 유용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아침에 눈을 뜰 때, 우리 몸은 활동을 준비하기 위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를 자연스럽게 높이게 됩니다. 이를 코르티솔 각성 반응이라고 하는데, 보통 기상 후 30분에서 45분 사이에 정점에 달합니다. 민감한 신경계를 가진 분들은 이 급격한 호르몬 변화를 단순히 잠이 깬다는 느낌을 넘어, 불안이나 초조함으로 강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심장이 평소보다 빨리 뛰거나 마음이 급해지는 증상은, 어쩌면 하루를 준비하려는 몸의 자연스러운, 하지만 다소 격렬한 신호일 수 있습니다.
HSP는 정보를 깊이 처리하는 특성이 있어, 오늘 할 일을 단순히 목록으로만 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회의 참석이라는 하나의 항목에서도 회의 안건, 준비해야 할 말, 동료들의 반응, 예상되는 결과까지 입체적으로 시뮬레이션하곤 합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수십 가지의 할 일이 한꺼번에 떠오르면, 뇌는 그 모든 과정과 결과를 동시에 처리하려고 시도하다가 일시적인 과부하 상태에 빠질 수 있습니다. 컴퓨터에 너무 많은 창을 동시에 띄우면 속도가 느려지듯, 우리의 뇌도 너무 많은 정보 앞에서 멈칫하게 되는 것입니다.
해야 할 일들에 압도당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내고 싶은 마음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실수하면 안 되는데, 모두를 만족시켜야 하는데라는 무의식적인 압박감은 과제의 무게를 실제보다 훨씬 더 무겁게 느끼게 만듭니다. 시작하기도 전에 결과에 대한 걱정이 앞서면, 작은 일조차 거대한 산처럼 보여 엄두가 나지 않게 됩니다. 이러한 완벽주의적 성향은 아침의 활력을 앗아가고, 대신 무력감과 회피하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분석 마비(Analysis Paralysis)는 너무 많은 정보나 선택지 앞에서 과도하게 생각하느라 결국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행동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라 멍하니 있거나, 스마트폰만 의미 없이 들여다보고 있다면, 이는 게으름이 아니라 뇌가 분석 마비 상태에 빠진 것일 수 있습니다. 최선의 선택을 하려는 욕구가 너무 강해, 역설적으로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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