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속도를 찾는 향기
알람 소리에 눈을 뜨고, 무의식적으로 베개 옆의 스마트폰을 집어 듭니다. 밤새 쌓인 알림을 확인하러 들어간 SNS에는 타인의 화려한 성취와 행복한 순간들이 가득합니다. 동료의 승진 소식, 친구의 유럽 여행 사진, 누군가의 완벽해 보이는 아침 식사. 화면 속 세상은 이토록 눈부시고 빠르게 돌아가는데, 침대 위 부스스한 모습의 나는 왠지 멈춰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나만 이렇게 제자리걸음인가?, 다들 저만치 앞서가는데 나만 뒤처진 건 아닐까? 아침의 상쾌함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가슴 한구석이 묵직해지며 초라함과 불안감이 밀려올 수 있습니다.
타인의 삶을 엿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호기심일 수 있지만, 우리 초민감자(HSP)들에게 아침의 SNS 확인은 종종 하루의 에너지를 갉아먹는 시작이 되기도 합니다. 타인의 편집된 하이라이트와 나의 현실적인 비하인드 컷을 비교하며, 스스로를 부족하다고 느끼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비교는 뇌에 미세한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하루를 시작할 활력 대신 조급함과 우울감을 먼저 심어줄 수 있습니다. 남들의 속도에 맞춰 뛰어야 한다는 압박감은, 정작 내가 가야 할 길과 나만의 리듬을 잊게 만들지도 모릅니다.
심리학에서는 자신보다 더 나아 보이는 대상과 스스로를 비교하는 것을 상향 비교(Upward Comparison)라고 합니다. SNS는 구조적으로 이러한 상향 비교를 끊임없이 유도하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주로 자신의 가장 빛나는 순간, 성취, 행복을 공유하기 때문입니다. 초민감자는 타인의 감정이나 상황을 깊이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어, 이러한 타인의 성공을 볼 때 자신의 현재 모습과 대비시키며 상대적 박탈감을 더 크게 느낄 수 있습니다. 이는 "나는 부족하다"는 부정적인 자기 인식을 강화하고, 하루를 시작하는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SNS의 새로운 피드와 좋아요는 뇌의 보상 중추를 자극하여 도파민을 분비시킵니다. 하지만 이 도파민은 만족감이 아닌 더 많은 자극을 원하게 만드는 갈망의 호르몬에 가깝습니다. 아침부터 이러한 자극에 노출되면 뇌는 쉽게 피로해질 수 있고, 타인과의 비교로 인한 스트레스는 코르티솔 분비를 촉진할 수 있습니다. 아침은 하루 중 코르티솔 수치가 자연스럽게 높은 시간대인데, 여기에 심리적 스트레스가 더해지면 불안과 초조함이 증폭되어 마음의 여유를 잃게 될 수 있습니다.
눈을 뜨자마자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은, 하루의 첫 주의력을 나 자신이 아닌 외부로 돌리는 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내 몸의 컨디션은 어떤지, 오늘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살피기 전에 타인이 무엇을 하고, 무엇을 성취했는지에 먼저 집중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외부 지향적 시선은 나의 내면과 연결되는 것을 방해하고, 삶의 기준을 내가 아닌 타인에게 두게 만들 수 있습니다. 결국 나의 속도와 방향을 잃고, 남들의 속도에 휩쓸려 가야 한다는 조급함을 느끼게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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