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시간을 지나온 나의 이야기와 아로마테라피를 만나기까지의 여정
7년의 시간은 나에게 어둠 그 자체였다. 폭식증, 공황장애, 우울증이 차례로 나를 덮쳤고, 그 안에서 숨을 쉴 틈조차 없었다. 나중에 가선 이 모든것의 원인이 따로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의 혼란과 허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병원을 가득 채운 환자들과 대기실에서의 끝없는 기다림, 새로운 증상이 나타날때 마다 추가되는 끝없이 늘어선 약봉지, 그리고 마음의 무게를 가누지 못한 채 멍하니 앉아 있던 나 자신. 그 모든 것이 내가 떠올릴 수 있는 일상이었다.
반복되는 무기력함 속에 허덕이던 어느 날, 우연히 맡게 된 한 줄기 향기가 내 일상을 뒤흔들었다. 지금은 단종되어 더는 찾을 수 없는 스윗우드 향, 오일 향수였다. 샌달우드와 발삼과 과일을 블랜딩한 향.
그것은 단순한 냄새가 아니었다. 설명하기 어렵지만, 그 순간 마음속 깊은 곳에 묵혀 있던 감정들이 서서히 풀어지는 기분이었다. 무겁고 답답했던 숨이 조금씩 가벼워지고, 마음 한켠에서 희미한 따뜻함이 퍼져나갔다.
스윗우드의 따뜻함과 샌달우드의 묵직함이 어우러진 그 향은 내게 단순한 위안이 아니라 삶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왜 하필 그 향에 끌렸을까?'라는 질문이 머리를 맴돌았다.
처음에는 단순히 취미로 시작했다. 라벤더, 로즈마리, 오렌지 같은 익숙한 향부터 낯선 향까지 하나씩 접하며, 향이 가진 힘에 대해 알아갔다. 하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단순히 좋은 냄새 이상의 것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향기는 단순히 후각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과 몸의 상태에 깊이 스며드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블렌딩에 대해 배우며 에센셜 오일의 특성과 효능을 익혔고, 각각의 향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하나씩 체험하기 시작했다.
온몸이 오그라들 듯 딱딱하게 굳어가는 느낌, 숨이 막히며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공황발작의 전조 증상. 그 순간이 다가오기 전, 나는 늘 비상약을 먼저 떠올렸다. 하지만 일랑일랑 오일을 손에 쥐고 향을 깊게 들이마셨던 날, 나는 처음으로 약 없이도 몸이 이완되는 경험을 했다.
그날의 경험은 내게 아로마테라피라는 새로운 세계로 발을 들이게 했다. 단순히 좋은 향기를 즐기는 것을 넘어, 그것이 어떻게 마음과 몸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 알게 되는 시작점이었다. 그리고 그 향기는 내 삶의 방향을 바꾸는 전환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