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윗우드, 마음을 어루만지는 향기
매일이 무기력과 싸움의 연속이었다. 공황발작과 우울증, 폭식증이 반복되며 삶의 무게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커져갔다. 그 속에서도 나는 희미한 빛이라도 붙잡으려 애썼다.
매일 아침 억지로 몸을 일으키고, 깊은 숨을 들이쉬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오늘은 조금 나을 거야”라고 자신에게 속삭였지만, 마음속 어둠은 좀처럼 걷히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맡게 된 한 줄기 향기가 내 삶을 바꾸기 시작했다. 그것은 스윗우드 향, 샌달우드와 발삼, 과일이 어우러진 따뜻한 오일 향수였다.
지금은 단종되어 더 이상 찾을 수 없지만, 그 순간 그 향기는 단순한 냄새 이상의 것이었다. 답답했던 숨이 조금씩 가벼워졌고, 내 마음 깊은 곳에 묵혀 있던 감정들이 서서히 풀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무렵 스튜디오의 향초를 바꿨다. 스윗우드 향초를 스튜디오 구석에 켜두었을 때, 공간이 은은하게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나를 치유했던 향기가, 이곳에 오는 사람들에게도 같은 위로를 전할 수 있기를 바랐다.
스튜디오에는 몸이 아픈 사람들이 회원으로 많이 찾아왔다. 그들은 재활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들의 아픔은 단지 몸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몸이 꼼짝없이 묶이는 경험은 마음까지도 묶어버린다. 움직일 수 없는 몸이 주는 답답함은 점차 마음의 무게로 전이되었고, 그렇게 마음이 묶인 상황은 그들을 더 깊은 고립으로 밀어넣었다.
마음이 묶이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좁아진다. 마음의 문이 닫히면, 가진 고통과 통증에 더 집중하게 된다. 그들은 몸의 움직임을 되찾기 위해 스튜디오를 찾았지만, 그 과정은 단순한 운동 이상의 치유가 필요했다.
그들은 스윗우드 향초가 켜져 있는 내 스튜디오에 들어와 앉으면 마음이 조금씩 풀린다고 말했다. “여기만 오면 마음이 편해져요.” 그들의 입에서 나온 이 말은 내게 큰 위로와 깨달음을 주었다. 내가 우연히 만났던 그 향기가 단순히 나를 위로하는 것을 넘어,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도 같은 힘을 전하고 있었다.
향초는 단지 공간을 채우는 역할을 넘어, 묶인 마음을 풀고 그들이 다시 숨을 쉴 수 있는 작은 시작이 되고 있
었다. 스윗우드의 따뜻함은 그들의 몸과 마음을 감싸며, 세상에 대한 닫힌 문을 조금씩 열어주는 열쇠처럼 작용했다.
나는 깨달았다. 향기는 단순히 냄새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마음에 닿아, 묶여 있던 것을 서서히 풀어내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향기를 더 깊이 이해하고 나누고 싶어진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