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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밖은 위험해'라는 생각이 굴뚝같을 때

비장한 용기 대신 '호기심'을 주는 향기

by 이지현

창문 틈으로 스며드는 찬 공기가 코끝을 스칠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올리게 됩니다. 알람 소리는 이미 울렸고, 일어나야 할 시간이라는 것을 알지만, 몸은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침대와 하나가 되어 떨어질 줄을 모릅니다. 밖은 춥고, 시끄럽고, 내가 처리해야 할 복잡한 일들로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반면 이불 속은 따뜻하고, 조용하며, 그 무엇도 나를 해치지 않는 완벽한 안전지대입니다. 이 안온함과 바깥세상의 차가움 사이의 격차가 클수록, 이불 밖으로 나가는 일은 단순한 기상이 아니라 거대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모험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이불 속에서의 망설임을 게으름이나 나태함으로 치부하며 스스로를 비난하곤 합니다. "하나 둘 셋 하면 일어나는 거야!", "정신 차려야지"라며 비장한 각오로 스스로를 다그쳐 봅니다. 하지만 매일 아침을 이렇게 자신과의 싸움으로 시작하는 것은, 하루를 시작하기도 전에 에너지를 고갈시키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늘 뭔가 재미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하는 가볍고 장난스러운 호기심일지도 모릅니다. 어린 시절 소풍 가는 날 아침에는 누가 깨우지 않아도 눈이 번쩍 떠졌던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뇌는 해야만 하는 일 앞에서는 저항하지만, 재미있을 것 같은 일 앞에서는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스위트 오렌지, 라임, 만다린과 같은 시트러스 향기를 통해 무거운 의무감 대신 가벼운 호기심을 깨우고, 설레는 마음으로 이불을 걷어낼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아보려 합니다.




왜 HSP에게 아침 기상은 탈출처럼 느껴질까?

감각적 대비가 주는 충격

초민감자(HSP)는 환경의 변화를 민감하게 감지합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이불 속의 촉각과 온도에서, 차갑고 건조하며 딱딱한 바깥세상으로의 이동은 급격한 감각적 변화를 의미합니다. 비초민감자에게는 사소한 온도 차이일 수 있지만, HSP에게는 마치 온실에서 시베리아 벌판으로 내던져지는 듯한 감각적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이 몸을 움츠러들게 만들고, 현재의 안전한 감각 상태를 유지하려는 강력한 관성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하루에 대한 미리 걱정하기

눈을 뜨는 순간, HSP의 뇌는 오늘 하루 마주해야 할 수많은 자극과 과제들을 미리 시뮬레이션하기 시작할 수 있습니다. 붐비는 출근길, 사무실의 소음, 까다로운 업무 등 예상되는 스트레스 요인들이 순식간에 머릿속을 스쳐 지나갑니다. 아직 침대 밖으로 나가지도 않았는데, 뇌는 이미 세상의 소란스러움에 압도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오늘 하루를 무사히 버틸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은 이불 밖을 위험한 곳으로 인식하게 만들고, 안전한 이불 속으로 더 깊이 숨고 싶게 만들 수 있습니다.


저각성 상태와 전환의 어려움

수면 중에는 부교감신경계가 우세하여 몸과 마음이 깊이 이완되어 있습니다. 아침에 활동을 시작하려면 교감신경계가 적절히 활성화되어야 하는데, HSP의 경우 이 전환이 매끄럽지 않거나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뇌와 몸이 아직 휴식 모드에 머물러 있는 상태에서 급하게 활동 모드로 전환하려 할 때,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린 듯한 멍함과 무력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전환 비용이 높게 느껴질수록 시작을 미루고 싶은 마음이 커질 수 있습니다.




뇌를 움직이는 동력 두려움 대신 도파민

해야 한다는 코르티솔, 하고 싶다는 도파민

우리가 아침에 일어나는 동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지각하면 안 돼"와 같은 두려움과 압박감이고, 다른 하나는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싶어"와 같은 기대감과 즐거움입니다. 코르티솔은 우리를 긴장시키고 생존하게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피로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반면, 도파민은 뇌의 보상 회로를 자극하여 자발적인 행동을 유도하고 활력을 줍니다. 아침을 깨우는 연료를 두려움에서 호기심과 즐거움으로 바꾸는 것이, 지치지 않고 하루를 시작하는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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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아로마테라피스트 이지현입니다. 법학과와 스포츠의학을 전공한 뒤, 현재는 국제 아로마테라피스트로 활동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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