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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의 마지막 장 앞에서 서성이는 마음

성취에 대한 압박과 자책의 굴레에 있는 초민감자(HSP)를 위한 향기

by 이지현

12월의 아침은 알람 소리보다 마음속의 조급함이 먼저 우리를 깨우곤 합니다. 눈을 뜨자마자 머릿속에는 "벌써 12월이야", "올해 계획했던 일들은 반도 못 했는데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남은 날짜를 세어보며 불안해하고, 아직 이루지 못한 목표들이 거대한 벽처럼 다가와 가슴을 짓누르는 듯한 답답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차분하게 하루를 시작하고 싶지만, 마음은 이미 연말이라는 결승선을 향해 전력 질주를 하고 있는 것 같아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듯한 불편함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우리 초민감자(HSP)들은 자신에게 높은 기준을 적용하는 경향이 있어, 연말이 되면 유독 더 가혹한 자기 검열에 시달릴 수 있습니다. 이 상태에서는 무엇을 시작하려 해도 손에 잡히지 않고, 마음만 급해져 오히려 실수를 연발하게 될지도 모릅니다.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빨리 달리기 위한 채찍질이 아니라, 잠시 멈추어 서서 숨을 고르고 단단하게 중심을 잡는 시간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12월의 조급증을 잠재우고, 묵직한 향기와 함께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중심을 세워 차분하게 한 해를 마무리하는 방법을 함께 알아보려 합니다.




왜 12월의 아침은 유독 더 조급할까?

마감 효과가 주는 심리적 비상

12월은 한 해의 마감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HSP의 뇌는 마감이라는 단어를 접하면 이를 해결해야 할 긴급한 과제나 잠재적인 위협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은 뇌의 편도체를 자극하여 교감신경계를 활성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심박수가 빨라지고 호흡이 얕아지며, 몸은 언제라도 뛰어나갈 듯한 긴장 상태를 유지하게 됩니다. 이러한 생리적 반응이 심리적인 불안감을 증폭시켜, 특별한 일이 없어도 아침부터 마음이 급해지고 안절부절못하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깊은 정보 처리와 회고의 무게

초민감자는 지난 시간을 되돌아볼 때, 단순히 사건만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그 당시의 감정과 맥락, 아쉬움까지 깊이 있게 처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1년이라는 긴 시간을 회고하다 보면, 기뻤던 일보다 아쉬웠던 일, 후회되는 순간들이 더 선명하게 떠오를 수 있습니다.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좋았을 텐데"라는 반추 사고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고 과거의 후회 속에 갇히게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깊은 사색은 성장의 밑거름이 되기도 하지만, 연말이라는 시점과 맞물려 과도한 감정적 소모를 일으키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사회적 분위기의 전염

연말 특유의 들뜨고 분주한 사회적 분위기는 감정적 전염이 빠른 HSP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거리의 캐럴, 쉴 새 없이 울리는 송년회 연락, SNS에 올라오는 타인의 화려한 연말 파티 사진들은 "나도 무언가 특별한 것을 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을 줄 수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바쁜 움직임과 조급한 에너지가 내 안으로 스며들어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덩달아 마음이 바빠지고 불안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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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아로마테라피스트 이지현입니다. 법학과와 스포츠의학을 전공한 뒤, 현재는 국제 아로마테라피스트로 활동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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