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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속에 카페인이 부담스러운 HSP를 위한 뇌 깨우기

향기, 위장을 거치지 않는 직접적인 에너지

by 이지현

눈을 뜨자마자 느껴지는 멍한 기운과 무거움을 털어내기 위해,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커피 머신 앞으로 향하곤 합니다. 빈속에 마시는 진한 아메리카노 한 잔이 식도와 위장을 타고 내려가며 전해주는 짜릿한 자극을 정신이 드는 신호로 여기기도 합니다. 커피 수혈이라는 말처럼, 마치 생명수를 주입하듯 카페인을 들이켜야만 비로소 뇌가 작동을 시작하고 하루를 살아낼 에너지가 생긴다고 믿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한 잔의 커피가 몸속으로 들어간 직후, 예상치 못한 불편함이 찾아오지는 않나요? 뇌는 깨어나는 듯하지만, 속은 쓰리고 손끝은 미세하게 떨려오며, 왠지 모를 불안감이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기도 합니다.

우리 초민감자(HSP)들에게 빈속의 카페인은 종종 감당하기 버거운 자극제가 될 수 있습니다. 위장 점막이 예민하여 산성이 강한 커피가 들어가면 즉각적인 속 쓰림이나 소화 불량을 호소할 수 있고, 카페인이 교감신경을 급격하게 자극하여 심장이 쿵쿵거리거나 손이 떨리는 신체적 과민 반응을 겪기도 합니다. 잠을 깨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 오히려 신체적 불편함을 유발하여, 업무에 집중하기 어렵게 만들고 컨디션을 난조로 이끄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뇌를 깨우려다 몸의 평온을 해치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카페인의 부작용 없이 아침의 멍함을 걷어내고, 맑고 건강한 정신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향기로운 방법을 제안해 봅니다.



왜 빈속의 카페인은 HSP를 더 힘들게 할까?

위장 점막 자극과 장-뇌 축의 교란

카페인은 위산 분비를 촉진하는 성질이 있어, 음식물로 보호받지 못하는 빈 위장에 들어갈 경우 위 점막을 직접적으로 자극할 수 있습니다. 위장이 예민한 HSP는 이로 인해 속 쓰림, 메스꺼움, 복통 등을 더 강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의 뇌와 장은 장-뇌 축(Gut-Brain Axis)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위장의 불편함은 곧바로 뇌에 스트레스 신호로 전달될 수 있습니다. 배가 아프면 머리가 멍해지고 기분이 나빠지는 것처럼, 빈속의 커피가 유발한 위장 장애는 오히려 뇌의 기능을 저하시키고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혈당 스파이크와 에너지의 급격한 추락

빈속에 카페인을 섭취하면 혈당 조절에 영향을 미쳐 일시적으로 혈당이 급격히 올랐다가 떨어지는 혈당 스파이크와 유사한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습니다. 혈당이 급격히 떨어질 때 우리는 급격한 피로감, 짜증, 무기력증을 느끼게 되는데, 이를 카페인 크래시라고도 부릅니다. HSP는 이러한 신체 내부의 화학적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커피를 마신 직후에는 반짝 힘이 나는 것 같다가도 얼마 지나지 않아 더 깊은 피로의 늪으로 빠져들 수 있습니다. 안정적인 에너지 유지가 필요한 아침 시간에 오히려 에너지 기복을 심하게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교감신경의 과도한 흥분과 불안 증폭

카페인은 중추신경계를 흥분시켜 심박수를 높이고 혈압을 상승시키는 등 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합니다. 이미 외부 자극에 대해 예민한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있는 HSP의 신경계에, 빈속의 카페인은 비상사태와 같은 과도한 자극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필요 이상의 불안감, 초조함, 안절부절못하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손 떨림이나 식은땀 같은 신체화 증상을 겪기도 합니다. 뇌를 깨우는 것을 넘어 신경을 곤두세우게 만들어, 차분하게 하루를 계획하고 시작하는 것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향기는 어떻게 수혈 없이 뇌를 깨우는가?

후각 신경을 통한 뇌의 직접 자극

향기를 활용한 각성의 가장 큰 장점은 소화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향기 분자는 코안의 후각 수용체와 결합하여 전기 신호로 바뀌고, 이 신호는 후각 신경을 타고 뇌의 변연계와 대뇌 피질로 0.2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 안에 도달합니다. 위장에 아무런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뇌를 즉각적으로 자극할 수 있는 경로입니다. 이는 카페인이나 설탕 같은 물질을 섭취했을 때 대사 과정을 거쳐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과는 대조적일 수 있습니다. 향기는 가장 빠르고 직접적인 뇌의 모닝콜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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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아로마테라피스트 이지현입니다. 법학과와 스포츠의학을 전공한 뒤, 현재는 국제 아로마테라피스트로 활동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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