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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 홍조'와 타인의 시선을 식히는 쿨링 아로마

히터 앞에서 빨개진 얼굴이 신경 쓰여요

by 이지현

칼바람이 부는 바깥을 걷다가 따뜻한 카페나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안경에 김이 서리는 것보다 더 신경 쓰이는 일이 발생하곤 합니다. 바로 양 볼과 귀가 화끈거리며 달아오르는 안면 홍조입니다. 추위에 수축해 있던 혈관이 따뜻한 공기를 만나 급격히 확장되면서, 얼굴은 순식간에 잘 익은 사과처럼 붉어집니다. 타인의 시선과 감정 기류를 예민하게 감지하는 우리 초민감자(HSP)들에게 이 붉은 얼굴은 단순한 신체 반응을 넘어, 숨고 싶은 심리적 당혹감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얼굴이 빨개지는 순간, 우리는 마치 무대 위 핀 조명을 받는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내 빨개진 얼굴을 보고 있겠지?, 나를 부끄러움이 많거나 촌스러운 사람으로 생각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이처럼 달아오른 얼굴과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찬물을 들이켜거나 손부채질을 해보지만, 이미 시작된 열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이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물리적인 온도를 낮추는 것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과열 상태를 진정시켜 줄 감각적인 도구일 수 있습니다. 차가운 성질을 가진 향기들은, 뇌에 시원함이라는 감각 정보를 직접 전달하여 체감 온도를 낮추고, 타인의 시선에 쏠린 과도한 주의를 나 자신에게로 차분하게 돌려놓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겨울철 우리를 당황하게 만드는 홍조와 불안을 향기로 다스리는 법을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왜 우리는 빨개진 얼굴을 그토록 힘겨워할까?

자율신경계의 민감한 반응성

초민감자의 자율신경계는 외부 환경 변화에 대해 일반인보다 더 빠르고 강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을 수 있습니다. 급격한 온도 변화는 교감신경을 자극하여 혈관을 확장시키는데, HSP는 이 반응 속도가 빠르고 회복되는 데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습니다. 즉, 한 번 빨개지면 쉽게 본래의 피부색으로 돌아오지 않아 당혹스러움이 길어지는 것입니다. 신체적인 조절 기능이 약해서가 아니라, 환경에 적응하려는 신체의 노력이 남들보다 조금 더 격렬하게 일어나는 과정으로 이해해 볼 수 있습니다.


들켰다는 느낌과 수치심

우리는 종종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내면의 감정이 드러나는 것과 동일시하곤 합니다. 당황함, 부끄러움, 긴장감 같은 감정이 얼굴색을 통해 타인에게 노출되었다고 느끼면, HSP는 자신의 보호막이 뚫린 것 같은 취약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무런 감정적 동요가 없었는데도 단지 온도 차 때문에 얼굴이 빨개졌을 뿐인데, 상대방이 "너 왜 이렇게 얼굴이 빨개?"라고 물어올 때 느끼는 억울함과 민망함은 꽤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습니다. 이는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나를 드러내게 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일 수 있습니다.


사회적 불안과의 연결고리

홍조에 대한 걱정은 적면공포증과 같은 사회적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얼굴이 빨개질까 봐 난방이 강한 곳을 피하거나, 사람들과의 눈 맞춤을 어려워하게 되는 식입니다. 완벽하고 침착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구가 강할수록, 통제되지 않는 신체 반응은 자존감에 생채기를 낼 수 있습니다. 남들에게는 사소해 보이는 홍조가 우리에게는 사회적 상호작용을 위축시키는 큰 장벽이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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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아로마테라피스트 이지현입니다. 법학과와 스포츠의학을 전공한 뒤, 현재는 국제 아로마테라피스트로 활동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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