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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 증후군을 슬기롭게 해쳐나가다.

향기로 전하는 작은 기적, 아로마테라피의 진심

by 이지현 Jan 20. 2025

오전에 상담을 마치고 따뜻한 차 한 잔을 손에 든 채 잠시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나의 아지트이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잔뜩 있는 내 스튜디오에서 평온함을 느끼던 중,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을 보니 예전에 필라테스를 함께했던 회원님의 이름이 떠 있었다. 


반가운 마음으로 전화를 받으니 갱년기로 힘들어하시는 어머니를 위해 내가 상담을 해드리면 좋겠다는 요청이었다. 어머니께서 요즘 많이 힘들어하시는데 상담을 받으시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말과 함께 예약 요청이 이어졌다. 


상담 예약 요청을 받으며 마음이 따뜻해졌다. 필라테스를 통해 맺은 인연이 이제는 아로마테라피로 이어지다니, 이런 순간은 내 일을 더욱 사랑하게 만든다.


며칠 뒤, 약속한 시간에 그녀의 어머니가 내 공간에 들어섰다. 마른 체형의 어머니는 지쳐 보였다.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과 함께 긴 시간 동안 고통을 견뎌온 사람이 가진 깊은 피로가 담겨 있었다. 나는 따뜻한 미소로 그녀를 맞이하며 편안히 앉을 것을 권했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그녀는 어렵게 갱년기 증상이 얼마나 삶을 무너뜨릴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그녀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마음을 울렸다.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두 시간 간격으로 깨고 나면 새벽에 다시 잠들 수 없다고 했다. 낮에는 온몸이 피곤해서 아무것도 못 하겠고, 사소한 일에도 화가 난다고 했다. 


그녀의 고백은 단순히 불면증을 넘어선 고통을 담고 있었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은 그녀를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끝없는 싸움으로 몰아넣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열이 확 올라왔다가 내려가는 일이 반복되며 몸과 마음이 무너지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한없이 무겁고 깊었다.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으며 그녀가 겪고 있는 고통을 상상했다. 갱년기가 단순히 신체의 변화가 아니라 삶 전체에 큰 그림자를 드리운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의 말은 더 큰 책임감을 느끼게 했다. 


특히 불면증과 감정 기복이 가족들과의 관계를 악화시켰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녀가 얼마나 외로웠을지 상상이 갔다. 그녀의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고통이 내 앞에 펼쳐져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몸과 마음의 안정이라고 판단했다. 그녀의 상태를 바탕으로 페퍼민트, 라벤더, 클라리 세이지를 블렌딩한 맞춤 에센셜 오일을 제안했다. 


페퍼민트는 열감을 줄여 주고, 라벤더는 심신의 긴장을 완화하며, 클라리 세이지는 호르몬 균형을 조절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녀에게 이 오일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사용할지 자세히 설명하며 이 오일을 베개 가장자리에 몇 방울 떨어뜨리고 잠자리에 드는 것이 좋다는 조언을 했다. 


그녀에게 원액만 사용하는 대신 바디오일, 롤온, 인헤일러 형태로 만들어 사용하는 방법도 안내했다. 각 제품은 상황에 맞게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되었고, 그녀가 필요에 따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잠들 준비를 하시면 더욱 효과적이라는 사용법도 전했다.


며칠 뒤, 그녀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향이 좋아서 맡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이 차분해지고 머릿속이 맑아졌다고 했다. 몇 년 만에 처음으로 평화로움을 느꼈다는 감사의 메시지가 전해졌다. 단순한 향기가 그녀의 삶에 이렇게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꼈다.


그날 밤, 그녀는 몇 년 만에 처음으로 깊고 평온한 잠을 경험했다고 전했다. 물론 여전히 한두 번은 깼지만, 다시 잠드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고 했다. 깨어났을 때의 느낌이 달랐으며, 다시 잠들 수 있을까 걱정하던 자신이 스르르 잠들었다고 전했다. 그녀의 말은 단순한 변화를 넘어 큰 회복의 시작처럼 느껴졌다.


일주일 뒤 그녀가 다시 상담을 위해 방문했다. 첫 번째 상담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이야기하며 밝아진 표정으로 소식을 전했다. 


오일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저녁 10시쯤 베개에 오일을 떨어뜨리고 따뜻한 차를 준비하며 잠들 준비를 했다. 이후에는 점점 수면 패턴이 안정되었고, 그녀는 수면제 없이도 밤 1시 전에 잠들 수 있게 되었다. 


낮에는 바르는 오일을 통해 어깨와 목의 긴장을 풀었다. 손목과 관절에 오일을 발라 통증을 완화하기도 했다. 저녁에는 베개에 떨어뜨린 향으로 하루의 피로를 씻어냈다.


열감이 있을때 마다 향을 맡으며 그녀는 오일이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삶의 질을 바꾸는 도구라는 사실을 몸소 체험하고 있었다.  


한달이 지나고 삼개월차가 되자 이제는 밤이 두렵지 않고 오히려 하루 중 가장 기다려지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그녀의 변화는 놀라웠다. 밤이 공포에서 평온으로 바뀌는 과정은 그녀에게도, 나에게도 하나의 기적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이제 갱년기로 인해 겪던 우울감이 희미해졌다고 말했다. 열감과 냉감 증상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이제야 자신의 삶을 조금씩 되찾아가는 기분이라며, 이렇게 달라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전했다. 


그녀의 변화는 나에게 큰 보람과 기쁨을 안겨주었다. 나의 작은 제안이 누군가의 삶을 이토록 크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은 아로마테라피스트로서의 사명을 다시금 깨닫게 했다.


그녀의 마지막 한마디는 내 마음속 깊이 각인되었다.짧은 말이었지만, 그 속에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정과 진심이 담겨 있었다. 단순히 향기를 다루는 것을 넘어, 내가 하는 일이 사람의 몸과 마음을 어루만지고,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오는 것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었다. 


그녀의 말은 단순한 칭찬을 넘어, 아로마테라피를 통해 내가 누군가의 삶에 깊은 흔적을 남길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었다. 그 순간, 내가 이 길을 걸어야 하는 이유가 한층 더 분명해졌다.


우리는 때로 삶의 균형을 잃고 지칠 때가 있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해결되지 않는 고민, 혹은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고독이 마음속에 자리 잡을 때, 작은 위로조차 간절해진다. 이 이야기가 그런 누군가에게 단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되기를 바란다. 아로마테라피는 단순히 유행처럼 스쳐 가는 취미가 아니다.


그것은 삶을 더 풍요롭게 하고, 보이지 않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강력한 도구다. 향기는 보이지도, 만질 수도 없지만, 때로는 그 어떤 것보다 강력하게 우리의 감각과 감정을 흔들어 깨운다. 나는 이 향기를 통해 지친 누군가에게 작지만 특별한 기적을 선물하고 싶다. 그것이 바로 내가 이 일을 시작했을 때부터 품고 있던 가장 간절한 바람이다.


아로마테라피스트로서의 나의 여정은 단순히 향을 연구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누군가의 삶에 다가가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가장 어울리는 향기를 찾아주는 과정이다. 그 향이 그들의 하루를 조금 더 밝게 만들고, 마음 한구석의 무거움을 덜어내며, 더 나아가 삶을 변화시킨다면, 그것이야말로 내가 꿈꿔온 일의 본질이다.


그녀의 짧은 말 속에 담긴 깊은 울림은 내가 아로마테라피스트로서 이 일을 사랑하는 모든 이유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 이 일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의 삶에 따뜻한 위로와 희망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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