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이 뇌와 감정에 미치는 과학적 영향
늦은 밤, 중요한 원고 마감을 앞두고 노트북 앞에 앉아 있던 때였습니다. 화면의 흰 빛이 유독 눈을 시리게 했고, 텅 빈 페이지 위에서 커서만 외롭게 깜빡였습니다.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목구멍까지 차올라 심장을 쿵쾅거리게 하고, 머릿속은 '제대로 못 끝내면 어떡하지?', '사람들이 실망할 거야' 같은 온갖 걱정으로 뒤엉켜 한 글자도 쓰기 어려웠습니다. 집중하려 애쓸수록 손끝은 차가워지고 초조함은 커져만 갔고, 저는 결국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말았습니다. 그때, 책상 한쪽에 놓아두었던 일랑일랑 에센셜오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에센셜오일을 코에 가져와 짙은 달콤함이 섞인 향을 깊이 들이마셨습니다.
그러자 정말 신기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몇 번의 깊은 호흡만으로, 거칠게 뛰던 심장 박동이 서서히 잦아들고, 턱과 어깨에 잔뜩 들어가 있던 힘이 스르르 풀리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머리를 가득 채웠던 소음이 옅어지면서 텅 빈 공간이 생겨나는 기분이었습니다. 향기 하나가 저의 불필요한 민감도를 낮춰준 것입니다.
지난 글에서 우리는 초민감자가 겪는 다양한 어려움과 그 순간에 향이 어떻게 작은 돌파구가 될 수 있는지 이야기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보이지 않는 향기는 대체 어떤 원리로 우리의 과열된 신경계를 가장 빠르고 부드럽게 진정시킬 수 있는 걸까요? 놀랍게도 그 해답은 우리 뇌의 가장 원시적이고 특별한 구조 속에 숨어 있습니다.
향기가 어떻게 우리의 감정을 순식간에 바꿀 수 있는지 이해하려면, 우리 몸의 감각 시스템을 잠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보고, 듣고, 만지는 대부분의 감각 정보는 뇌의 ‘시상(Thalamus)’이라는 중간 관문을 거쳐 대뇌피질로 전달됩니다. 시상은 마치 뇌의 '비서실'과 같아서, 들어온 정보를 분석하고 분류한 뒤 ‘이것은 중요한 정보이니 생각과 이성을 담당하는 부서로 보내라’ 하고 이성적인 뇌에 보고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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