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향을 싫어하는 HSP를 위한 팁
백화점 1층에 들어서는 순간, 숨을 멈추고 종종걸음으로 그곳을 빠져나왔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혹은 친구가 좋은 향이라며 뿌린 향수에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리며 뒷걸음질 쳤던 순간은요? 향으로 위로받고 싶다는 마음에 아로마테라피에 관심을 가져보지만, 막상 어떤 에센셜 오일을 써야할지 모르겠어서 주저하다 ‘역시 나는 향과 맞지 않아’라며 포기해버린 분들도 많을 겁니다. 이는 향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향을 받아들이는 문턱이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낮고 섬세하기 때문입니다. 후각이 예민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강렬한 향기가 아닙니다. 문틈으로 희미하게 새어 들어오는 빛처럼, 존재할 듯 말 듯 은은하게 곁을 맴도는 ‘향기의 속삭임’입니다. 오늘은 강한 향이 버거운 당신을 위해, 향을 안전하고 즐겁게 활용하는 몇 가지 섬세한 방법에 대해 이야기 나누려 합니다.
후각이 예민한 초민감자들에게 아로마테라피의 핵심은 ‘무엇을’ 사용하는가보다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향이라도 그 농도가 짙으면 우리의 신경계에는 소음이나 위협과 같은 공격으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우리의 후각 수용체는 다른 이들보다 더 적은 수의 분자에도 민감하게 반응하여 뇌에 ‘과도한 자극’이라는 신호를 보내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두통, 메스꺼움, 심지어는 불안감이 유발되기도 합니다. 이는 단순히 심리적인 거부감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발달한 뇌의 경고 시스템이 작동하는 것입니다. 뇌는 이 강렬한 화학적 신호를 '잠재적 위험'으로 판단하고, 몸에 방어 태세를 취하라고 명령합니다. 심장이 빨리 뛰고, 근육이 긴장하며, 소화가 잘 안되는 등의 신체 반응은 모두 이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향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향의 농도를 덜어내고 희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에센셜 오일을 다른 물질과 섞어 사용하는 것입니다. 피부에 바를 때는 호호바 오일이나 아몬드 오일 같은 식물성 ‘캐리어 오일’에 소량만 희석해야 합니다. 캐리어 오일은 에센셜 오일의 강한 자극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향이 너무 빨리 날아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역할도 합니다. 공간에 향을 낼 때는 물이나 공기 그 자체를 활용해 향이 넓고 옅게 퍼지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기억하세요. 우리에게는 한 방울의 오일도 충분하며, 때로는 그 한 방울마저도 덜어낼 필요가 있습니다. 향을 즐기는 것은 마라톤과 같아서, 처음부터 전력 질주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보폭에 맞춰 천천히 걸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향을 직접 몸이나 공간에 적용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한 단계 더 거리를 두는 방법을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향을 묻힌 솜뭉치를 직접 책상 위에 두는 대신, 뚜껑이 있는 작은 유리병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만 뚜껑을 열어 향을 맡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향이 일방적으로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할 때만 향을 만날 수 있는 통제권을 갖게 됩니다. 이 작은 통제감이 후각이 예민한 우리에게는 큰 안정감을 줍니다. 향과의 관계에서도 건강한 경계를 설정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침실에 향을 들일 때도, 침대 머리맡보다는 화장대나 방한켠에 디퓨저를 놓아두면, 잠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공간 전체를 은은하게 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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