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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을 Oct 05. 2020

요즘따라..

2009년 3월 5일 - 2020년 10월 5일


2009년 3월 5일 목요일

제목 : 요즘따라..

요즘따라 악몽을 자주 꾼다. 그래서인지 점점 자기가 싫어진다.... 요즘은 밤을 새우고 싶은 마음이 많이 든다. 악몽의 내용은, 자주 꾸는 악몽은 내가 사고 현장을 보는 것이다. 나는 내 모습을 보고 있고, 그 다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내 모습을 보고 있고... 그 다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이 세상이 원망스럽다. 그래서인지 나는 내가 사고 난 후를 보게 될 때도 있다. 모두 날 비판적으로 본다. ‘ 잰 장애인이야’라는 말이 수없이 들려온다.

난 점점 두려워진다. 차라리 이 세상으로 나가고 싶지 않다. 우리 반 친구들도... 우리 가족들도 다 싫어진다. 난 내 몸을 잘 안다. 기적이 없는 한 이팔은 낫지 않는다. 난 부모님, 여러 친척에게 이 강압감에서 사라지고 싶다. 아빠도... 엄마도... 친구들도..... 오직 아니 제일 난 사람은 나의 외형적 모습을 모르는 사람들이다...

‘희망을 가져라’ 등 이런 말은 나에게 더 상처만 되는 말이다.

아마도 지금..... 난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어서 부모님도 희망을 버렸으면 좋겠다.

그 누구도 내 마음 모른다....     




원형이 겪고 있는 불안한 마음, 슬픔은 선생님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일지도 모르겠구나. 때때로 우리는 우리가 선택하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결정되어버린 자기 자신의 모습에 화가 나고 세상이 원망스럽게 느껴지지. 정도는 달라도 모든 사람들이 그래. 그런 게 이렇게 불안해하고 슬퍼하는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사랑하기 시작하면 세상이 조금 다르게 보이고, 마음이 조금 더 편안해지고, 내가 성장하기 시작한대. 아주 단단한 사람으로. 원형이 성장해가는 과정, 힘내. 응원할게!     




2020년 10월 5일 월요일

제목 : 너는, 나는 그대로구나.

안녕, 나는 또 왔어. 이제 날짜를 맞춰서 와보려고. 진짜 일기 쓰는 것 같이 말이야. 악몽을 꾼다라.... 나 이제는 악몽을 안 꿔. 꿈에서도 팔은 낫지 않고, 다친 모습 그대로거든. 이제 익숙한 악몽이 되어버린 걸 수도 있겠다. 장애인이라는 그 타이틀, 꼬리표는 정말로 있더라. 너의 걱정은 현실이 되지는 않았어. 다들 내가 먼저 이야기하지 않으면 내가 장애인인지 몰라. 너는 네가 원하던 모습을 쟁취했어. 네가 이 소식을 들으면 기뻐할까? 너의 외형적 모습을 모르는 사람들이 제일 낫다고 여겼지만, 너의 외형적 모습을 알고도 남아준 사람들이 제일이었어. 그걸 너무 늦게 깨달았더라. 아니 어쩌면 지금도 진정으로 깨달은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아는 척하는 것일 수도 있어. 그래도 주변 사람들에게 조금 더 잘하며 지내고 있어, 지금은. 언제나 죽음을 바랐다는 것이 조금 씁쓸하다. 그래도, 아직 살아있다는 것이 또 10년 뒤에는 좋은 일이기를 바라. 지금의 나도 죽음을 바라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리고 부모님은 희망을 버렸어. 아니 어쩌면 그때도 알았는지도 모르겠다. 예전 팔처럼 낫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운동을 통해서 힘을 길러서 조금이라도 제 역할을 하기를 바랐던 것 같아. 조금 더 멀리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니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 아닐 수도 있고. 너의 마음. 오로지 너의 것으로만 남겨두지 말고, 너만 알고 있지 말고 나누자. 나누어서 너만의 것이 아니게 되길. 그렇게 지내보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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