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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을 Jan 11. 2021

사랑보다 어려운 우정 사이

당신에게 우정이란?

 실제로 나는 친구들에게 많은 관심과 노력을 쏟는 편이다. 사랑하는 가족에게 쏟는 관심만큼이나. 그래도 유지되는 친구 관계는 사실 얼마 없다. 하지만 그것에 아깝지 않다. 몇 안 된다고 소중하지 않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몇 안 된다고 부족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부모님뿐이어도 만족했듯이, 친구라는 사람이 나에게는 한 명이어도 만족했다. 한 명 이상인 지금, 그 한 명, 한 명이 나에게 벅찬 사람들이다.    

 

 멋지고, 대단하게 말하고 싶었다. 우정과 사랑의 차이를. 찾을수록 보이지 않았다. 내가 찾은 것은 둘의 공통점이었다. 차이를 생각할수록 공통분모만 늘어갔다. 결국에는 둘이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결론만이 나왔다.


 우정과 사랑에는 여러 공통적인 감정이 있다. 같이 있어서 나누는 즐거움과 기쁨, 서로가 서로에게 느끼는 안정감과 기대, 존재로서 오는 만족감과 위로 등 나열하자면 수없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없는 것을 생각해보자. 돌고 돌아 생각해본 결과로 가장 큰 차이는 설렘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에는 있고, 우정에는 없는 것이 설렘이지 않을까? 내가 생각하는, 경험했던 우정에는 설렘이 없었다. 설렘이 없어도 만들 수 있는 관계가 유일하게 우정이라고 생각한다. 설렘이 없어도 되기에 기대와 바람, 편안함, 안정 등의 여러 가지 감정을 차근차근히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랑에는 없고, 우정에는 있는 것이 무엇일까? 우정만이 가지고 있는 것. 우정의 강점은 나눔의 미학이라고 생각한다. 다수와 같은 우정을 느낄 수 있지만, 다수와 같은 사랑을 느끼면 그것을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우정은 1:n의 감정이 될 수 있지만 1:1의 감정이 되는 것은 사랑이다. 개인인지 다수인지의 차이일 것이다. 감정을 나눔으로써 얻어지는 것이 우정이고 감정을 취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 사랑이다. 세상 아래에 같은 우정은 있어도, 같은 사랑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사랑이 더 우월한 것도 아니고 우정이 우월한 것도 아니다. 그저 개별적인, 독립적인 존재들이다.     


 가장 우정을 많이 나누던 이가 나에게 사라져 보니 깨달았다. 나에게 가장 큰 친구의 부분을 차지했던 사람이 나를 두고 가버렸을 때가 있었다. 사랑하던 사람이 나를 가장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만큼이나 나에게 정신적인 타격을 주었다. 어쩌면 사랑이 우정보다 우월할 것이라고 생각하던 나를 그대로 박살 내버렸다. 느꼈다. 둘의 우열을 가릴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깨달았다. 사랑만큼 우정도 귀하다는 것을.     


 개별적이고 독립적인 이 두 가지 모두 특별한 것이다. 세상에 몇 안 되는 긍정적 관계. 그것이 나는 우정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우정만큼이나 건강한 관계는 없다고 생각한다. 영원한 우정이라는 것은 노력해야만 있다는 것도 알지만, 우정이라는 것은, 친구라는 것은 참으로도 좋은 관계이다. 서로에게 상처를 줄 때도 있지만, 약을 주는 관계이면서 서로 평등한 관계라고 생각한다. 가족 사이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이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관계.      


 우정은 소중하다. 어쩌면 너무나도, 사랑보다 더. 우정을 나누는 관계는 사랑보다 귀하다. 가치 저하 평가를 받고 있기에 친구 관계는 특별한 것이다. 하나하나가 소중한. 그렇기에 나는 친구의 관계가 조금 더 좋게, 더 아름답게 기록되고, 기억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랑의 관계에서 얻을 수 없는 것들을 우정의 관계에서 얻을 수도 있다는 점을 우리는 종종 간과한다. 나는 그런 우정의 관계를 기록하고자 한다. 그리고 기억할 것이다. 다양한 우정의 관계를 같이 나누고자 한다.      


 사랑과 우정은 함께 두 사람이 함께해야 하는 것이다. 같은 듯 다른 사랑과 우정은 결국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이었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그런 것. 같이 소통하는 관계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사랑의 다른 버전이 결국 우정이다. 우정의 다른 버전도 사랑이다. 그렇다면 사랑과 우정 모두가 지향하는 것은 무엇일까? 사랑과 우정은 행복을 위한 관계이다. 나의 행복과 상대방의 행복을 위한 관계. 사랑과 우정의 차이는 크지 않다. 사랑에는 우리가 가치를 부여하지만, 우정에는 너무나도 간단하게 생각한다. 이것이 우리가 조금 더 우정을 생각해보고, 가치를 부여해야 하는 점이다. 영원한 사랑보다 영원한 우정을 지속시키는 것이 훨씬 더 어렵고, 값어치 있는 일이 될 수 있다. 좋은 친구를 사귀는 것은 좋은 배우자를 만나기만큼 어렵다. 그리고 좋은 친구는 좋은 나를 만들어준다. 나는 친구를 사귐으로써 가장 중요한 것들을 깨달았다. 우정을 우정이라고 인정하는 방법과 사람을 위로하는 방법, 그리고 위로를 받는 방법까지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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