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을 Feb 21. 2021

PTSD(외상 후 스트레스)의 시작

오늘도 아플 것 같네요.

어느 날, 아니 정확히는 내가 나를 받아들이고 싶었을 순간, 2월 16일 어느 순간.

나는 또다시 아프기 시작했다.

감히 생각했다. 가장 힘들었을 순간을.

어느 누가 공감할까? 아픈 순간을 다시 찾아간다는 것을.

사람의 무의식이란 진정 모든 일의 평화와 해결을 바라는 걸까?

미해결 된 나의 문제는 이렇게 또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진정한 트라우마의 시작을 나도 모르게 내 손으로, 내 발로 열고 들어갔다.

나는 PTSD(외상 후 스트레스) 환자이다. 빌어먹을 트라우마.     


2007년의 큰 교통사고. 목숨을 잃었어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던 큰 사고를 겪었다.

나는 그 덕에 목숨 대신 오른팔을 잃었다.

그 시절에는, 그 당시에는 아프지 않았다. 무섭고, 불안하지도 않았다. 그저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일처럼 별 것 아닌 것으로 여겨졌던 그때의 교통사고.     


그러다 문득 사고가 난 지 10년이 지난 그때, 처음으로 깨달았다.

“아, 나는 다시 사고가 나기 이전으로, 장애가 없는 삶으로 돌아가지 못하는구나.”

처음으로 무서웠다. 아무것도 믿고 싶지 않았다. 누가 생각을 주입한 것 마냥 내 머릿속은 다시 사고의 순간으로 돌아갔다.     


참으로 여러 증상을 겪어봤다. 우울증, 공황, 이인증, 해리, 신경증 등등. 

모두 다 해결이 된 줄 알았다.

하지만 어떤 증상보다 가장 무서운 것은 감정, 그 자체의 날 것이었다.     


소리치며 도망가고 싶을 정도의 두려움

아파서 눈물만 나는 고통의 슬픔

이 모든 것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우울감

고통을 잊지 말라고 일상의 틈틈이 찾아오는 불안감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다. 숨이 막히는 것처럼 괴롭다.

‘장애’만으로도 버거운 삶 속에서, 왜 이러한 시련까지 주시는지 알 수가 없다.

이미 닥친 것이니 어서 지나가길 간절히 바란다.

지나가는 동안 내가 버틸 수 있기를.

수없이 겪은 그 좌절감과 두려움에 나는 맞서지도 못하지만, 쓰러지지는 않기를.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하지만 도움 없이도 일어나길, 아니면 도움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기를.  


사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겠다. 

끝없이 괜찮을 거라고 다짐하지만 순간순간이 어렵다.

작가의 이전글 사랑보다 어려운 우정 사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