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돌봄

by 노을

자기 돌봄이라는 걸 들어본 것도 아마 대학생 때 일 것이다. 상담에서 들어봤던 첫 단어. 중요하지 않았고, 방법도 몰랐고, 이유도 몰랐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자기 돌봄은 그 단어만 쓰지 않았지 언제나 내 화두에 오른 단어였다. 나는 내가 중요하지 않았고, 챙기지 않았고, 돌봄을 받아야 하는 이유를 모르고 지냈다.


몸이 망가져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나를 챙기는 일은 멀리서만 봐도 꽤나 성가신 일로 보였다. 하고 싶은 걸 하지 못하고, 참아야 하는 것들이 늘어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걸 굳이 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 밥을 왜 규칙적으로 먹어야 하는지, 왜 체력을 고려해야 하는지, 왜 일중독으로 나를 두면 안 되는지, 왜 아프지 않게 몸을 관리해야 하는지 그런 것들은 참으로 귀찮았다.


지금이라고 다를까? 나를 챙겨야 하는 데에도 체력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당장 삼시 세끼를 챙겨 먹고, 잠을 잘 자고, 몸을 관리해 주는 것을 하는 게 내 최선이라는 걸. 그 이상을 하기에 시간이 부족하고, 체력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즉, 다른 말로 한다면 시간을 더 내야 하고, 다른 곳에 쓰는 체력을 나를 돌보는데 써야 한다는 것. 점점 포기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것들을 포기할 수 있게 되면서 일상을 보내게 된다.


병 외출은 하면 안 된다던 생각

아파도 쓰러질 정도가 아니면 병가를 쓰면 안 된다는 생각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면 안 된다던 생각

때론 너무 지쳐도 수업 때 자습을 주면 안 된다는 생각

언제나 지식이 완벽한 채로 수업에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

수업을 완벽히 해야 한다는 생각


아마, 나는 더 많은 걸 포기할 수 있겠지. 더 많은 걸 포기한다는 건, 다른 말로 다시 더 다른 걸 손에 잡을 수 있다는 거라고 생각한다. 두 손에 쥔 다양한 것들을 놓았으니 말이다. 새롭게 잡은 다른 생각과 가치관이 내게 더 다양한 경험을 가져다줄 거라 믿는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교단일기] 01. 교사도 학생이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