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을 느낄 때
약 때문에 일상 생활이 안정되고 있다고 느끼던 어느날, 다시 끝 모를 우울함이 나를 집어삼켰다. 우울증이라는 게 완치는 없지만, 괜찮아지고 있다고 느꼈었기에 불안했다. 다시 땅굴을 파고 나를 괴롭힐까봐. 사실 사람의 감정이라는 게 약 3알에 완벽히 조절되는 건 아니기에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하지만 불안과 우울이 심하게 오는 날이면 무력감을 느끼고 핸드폰만 멍하니 보고 있게 된다.
나 스스로 오늘 위험하다고 느끼는 날은 이런 생각이 들 때다.
'죽으면 나는 편해지지 않을까.'
모든 걸 포기하고 놓고 사라지고 싶을 때, 그때가 가장 위험한 순간이라고 느꼈다. 그 상태가 되면 난 핸드폰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의미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까지는 회복하는 시간으로 생각하면 괜찮은데, 문제는 SNS를 보기 시작하면서이다. 우울증에 멀리 해야 하는 것 하나만 선택하라면 1초의 고민도 없이 SNS를 택하겠다.
난 꽤 열심히 살아 왔다고 생각했다. 수능이 끝나자마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대학교 때도 과외와 학원 선생님, 카페 등등에서 틈날 때마다 아르바이트를 했다. 졸업 후 중소기업에 취직했고, 나름의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일했다. 그리고 8년 만에 대기업이라고 부르는 곳에 이직할 수 있었다. 지금도 회사일을 하며, 육아를 하며, 글을 쓰고 있다. 성격 자체가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기도 하지만, 열심히 살아온 목표가 있었다.
그런데 SNS가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SNS 속 다른 사람들의 생활을 보니 삶의 의욕이 사라졌다. 매일 그들의 삶을 훔쳐보며 욕을 하고 부러워했다. 그들은 내가 갖고 싶은, 내가 목표로 하는 것들을 모두 이미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들과 난 출발점이 달라. 난 안 될 거야. 내가 이렇게 노력한다고 할 수 있을까?'
나의 노력을 의심하기 시작하고, 나의 현실을 비관하기 시작했다. 의욕적으로 무언가 해보려고 막 계획하다가 이렇게 아등바등 해봐야 난 안 될 거라고 생각하며 좌절한다. SNS에 있는 게 모두 진실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그들을 부러워하고 나와 비교한다. 한번 보기 시작하면 핸드폰을 놓기가 힘들었다. 그곳에는 끝도 없이 화려한 삶이 펼쳐져 있었다. 한두시간은 기본이고 보면 볼수록 나를 더 우울하게 만들었다.
내 우울증의 원인이 나의 이상과 현실의 차이라고 깨닫고 난 후, 난 SNS 어플을 핸드폰에서 지워버렸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 끝도 없고 내 삶을 살자고 다짐했다. 하지만 그렇게 의욕을 가진 것도 잠시, 다시 끝도 없이 가라앉는 기분을 느끼기를 반복한다. 마음을 다잡아보기 위해 여러 방법을 써보지만, 노력에 비해 이룬 게 없다고 느끼는 지친 마음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누군가 나에게 말했다. 번아웃이라니...그 단어를 듣고 난 생각했다.
'번아웃도 번을 해야 오는 거지.'
난 내 노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하면서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걸 알면서도 SNS나 보고 있는 내가 한심했다. 그래서 나를 또 채찍질했다.
'뭐라도 해야 돼. 이렇게 있을 거야? 한번 뿐인 인생 이렇게 살 거야?'
이런 생각을 하며 잠시도 나를 마음 편히 쉴 수 있게 두지 않았다.
의욕 → 계획 → 노력 → 실망
이 패턴에도 지쳐버린 것 같다. 이젠 정말 쉼이 필요할 때라고 느낀다. 어디선가 이런 문구를 보았다.
[지쳤다는 건 노력했다는 증거]
그래. 난 노력했다.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다고 노력하지 않은 건 아니다. 그러니까 잠시 쉬어 가도 좋다고 나를 또 다독이며 마음을 다잡아본다.
퇴근하며 노래를 듣는다. 그리고 오늘은 이 노래를 들으며 조금의 위로를 받는다.
그렇지 하고 포기할 것 같아
잘한거라 토닥이면 왈칵 눈물이 날 것만 같아
발걸음은 잠시 쉬고 싶은 걸
하지만 그럴 수 없어 하나뿐인 걸 지금까지 내 꿈은
오늘 이 기분 때문에 모든 걸 되돌릴 수 없어
비교하지마 상관하지마 누가 그게 옳은 길이래
옳은 길 따위는 없는 걸 내가 택한 이 곳이 나의 길
미안해 내 사랑 너의 자랑이 되고 싶은데
지친 내 하루 위로만 바래
해낼게 믿어준 대로 하나뿐인 걸 지금까지 내 꿈은
오늘 이 기분 때문에 모든 걸 되돌릴 수 없어
부러운 친구의 여유에 질투하지는 마
순서가 조금 다른 것 뿐
딱 한 잔 만큼의 눈물만 뒤 끝 없는 푸념들로
버텨줄래 그 날이 올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