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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김과장 Feb 06. 2024

09.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

우울증 극복법

난 14년차 IT업계에 몸담고 있는 회사원이다. 그리고 4년차 웹소설가이기도 하다.


"안 피곤해? 고생을 사서 하네."


내가 글을 쓰는 걸 알고 있는 친구들은 내게 묻는다. 그도 그럴 것이 회사를 다니고 육아를 하면서 글까지 쓰는 게 힘든 일이긴 하다. 시간이 남으면 눕고 싶고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나는 노트북 앞에 앉는다. 그리고 글을 쓴다. 어떤 글이든 쓰고 있으면 현실에서 나만의 세계로 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건 5년 전이었다. 그 전까지는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였고, 책 읽는 걸 제법 좋아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읽고 싶은 글을 써볼까?'


처음 시작은 나를 위한 소설이었다. 종이책에서 ebook으로 넘어가면서 웹소설을 보게 되었는데 내 취향에 딱 맞는 소설을 찾지 못하면서 든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때부터 핸드폰 메모장에 글을 끄적이기 시작했다. 자기 전에 조금씩 쓰기 시작한 소설은 어느새 10만자가 넘었고, 나는 또 생각했다.


'이거 나만 보기 좀 아까운데?'


물론 나의 이 오만한 생각은 출판사들의 반려로 금세 꺾였지만, 이런저런 루트를 통해 웹소설 연재를 알아보고 출판사 열 몇 곳에 투고도 했다. 그리고 난 포기하지 않고 다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쓴 두번째 소설은 출판사 한 곳에서 긍정적인 답을 주었고 난 웹소설 작가가 될 수 있었다. 지금까지 4년 동안 웹소설 5작품을 런칭하고 지금도 계약작을 쓰는 중이다. (인세는 아주 소소하게 내 용돈벌이 정도 하고 있다.)


회사일을 하며 4살짜리 아이를 키우며 소설까지 쓰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아이를 재우고 핸드폰 메모장을 여는 순간 오롯이 나만의 세계로 빠져드는 느낌이 좋았다. 그 시간만이 자유롭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4년, 거의 5년 동안 거의 쉬지 않고 소설을 썼다. 

그리고 다시 찾아온 우울증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브런치에 나의 이야기를 쓰는 걸 택했다. 소설만 쓰던 내가 내 이야기를 쓰려니 어색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다. 그런데 확실히 우울증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나를 돌아보는 가장 정확하고 쉬운 방법이기도 했다. 매일밤 아이를 재우고 옆에서 노트북을 켠다. 그리고 이런저런 글을 끄적인다. 소설을 쓰다가 내 이야기를 쓰기도 하고 회사 업무와 관련된 글을 쓰기도 한다. 어떤 글이든 써내려가며 하얀 바탕에 검은 글자가 찍히는 자체만으로 기분이 좋아진다.


노트북 잠금화면에 있는 이 문장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문장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글쓰기를 시작한 건 우울증 극복이 주목적이었지만, 이제는 꿈을 꾸게 되었다. 언젠가는 드라마 시나리오도 써보고 싶고 공모전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13년의 회사 생활의 노하우가 담긴 책도 내고 싶다. 하나씩 이루다보면 내 #꿈에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꿈을 꾸며 오늘도 좁은 지하철에서 핸드폰으로 글을 끄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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