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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김과장 Apr 10. 2024

10일차. 자격지심

누군가의 기쁜 소식을 들었을 때 진심으로 축하할 수 있는가. 그 누군가는 친구일 수도 있고, 친척일 수도 있다. 난 기쁜 소식을 들으면 손으로는 축하의 말을 건넨다. 그리고 속으로는 나와 비교한다.


"남편이 이직했어."

축하한다고 말을 건네며 속으로는 생각한다. 아, 쟤는 이제 얼마 정도 벌겠구나. 우리는 지금 얼마 버는데.


"우리 애 이번에 영어 유치원 보냈잖아."

축하한다고 하며 영어 유치원 가격을 알아본다. 한 달에 200만원. 난 할 수 없는 일을 쟤는 하고 있구나.


"박사 과정 하려고."

멋있다고 응원한다고 말을 건넨다. 그리고 등록금이 얼만데, 쟤는 일 안 하면서 공부할 수 있구나 싶어 부러워한다.


"집 샀어. 다 은행 대출이지만."

서울 어딘가에 집을 산 친구의 집값을 보며 한숨을 쉰다. 나는 대출을 받더라도 그 집을 살 수 없음에 비교하며.


이런 나를 보면서 참 못났다고 생각한다. 진심으로 축하할 수 없는 내가 너무 싫다. 


어느날 술을 한잔 하던 오랜 친구가 나에게 말했다.


"네 자격지심이야."


친구의 말에 할말이 없었다. 자격지심이다. 

자격지심이란 자기가 한 일에 대하여 미흡하게 여기는 마음이라고 한다. 다른 사람과 비교를 하는 순간 내가 이뤄온 일들은 낮아보인다. 머리로는 알면서도 마음과 머리의 거리는 너무 멀다.


내가 진심으로 축하해주지 못한 친구가 나의 기쁜 일에 진심으로 축하해준다고 느낄 때 자괴감을 느낀다. 왜 이렇게 꼬여있는 걸까. 내가 가지지 못한 걸 가지고 있는 그 많은 사람들에게 자격지심을 느끼며 살 것인가. 이런 식이면 난 아마 죽을 때까지 행복하지 못할 것 같다.


친구가 나에게 불교대학을 추천했다. 나의 감정을 다스리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하반기에 들어보기로 했다. 


"비교와 허세를 버리면 행복해져."


남편의 말을 떠올리며 오늘도 마음을 다스려본다. 그래도 나의 부족한 점을 깨닫고 있는 나를 칭찬하며 토닥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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