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친구들과 만나 작은 타로집에서 사주를 본 적이 있다. 1년 사주를 보며 내가 궁금해하던 걸 물었다.
"퇴사하고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사주를 봐주던 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해도 만족 못해. 그냥 회사 다니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해."
그리고 여러가지 말 중 기억에 남는 말들이 있었다.
"뭘 해도 만족을 못하네."
"가만히 있지를 못해."
"본인을 괴롭히면서 계속 일을 찾아."
"그리고 바쁜 나, 좀 멋있는데? 이러면서 바쁜 걸 즐긴다니까."
사주를 보며 사실 좀 놀랐다. 특히 마지막 말에서 깜짝 놀랐다. 나는 바쁠 때 살아있는 것처럼 활력이 생긴다. 그리고 바쁜 일을 해내면서 성취감을 느낀다. 회사 일도 마찬가지다. 회사에서 나를 찾는 일이 많으면 짜증난다고 하면서도 사실 기분이 좋다. 그것도 인정에 대한 욕구 때문일까.
퀘스트를 하나씩 깨는 것처럼 하나씩 해야할 일을 없애는 게 뿌듯하다. 그리고 그런 나를 보면서 자존감이 올라가는 걸 느낀다.
지금도 육아를 하고, 회사를 다니며, 소설을 쓰고, 지금은 브런치에 매일 글을 쓴다.
생각해보니 살면서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수능을 보자마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대학교를 다니면서도 아르바이트를 쉰 적이 없고 취직을 하고 지금까지 14년동안. 일을 안 한 적이 없다. 그런 나에게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며 쉬는 건 사치였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불안하다. 혼자 멍하니 쉬는 시간을 갖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그런 시간이 생기면 또다시 할 일을 찾는다. 그게 집안일이든 글을 쓰는 일이든.
다행히 글쓰는 게 좋아 '글먹'이 목표이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 (ㅎㅎ)
지금도 공모전에 내기 위해 소설을 2개 쓰고 있고, 아이를 재우면 노트북부터 찾는다. 아마 이번 생은 이렇게 바쁘게 살아야 하는 운명인 것 같다.
하고 싶은 게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그리고 바쁜 걸 즐기는 사람이라 그 얼마나 다행인지.
9일차,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는 걸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