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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김과장 Apr 08. 2024

8일차. 집이 행복한 아이

나는 아이를 키우며 밖에 나가서 노는 걸 좋아한다. 많은 걸 보고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이곳저곳 아이가 갈만한 곳을 찾아 주말이면 어떻게든 밖으로 나갔다. 나가면 새로운 걸 보고 경험하기에 집에 있는 것보다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밖으로 나가면 아이는 집으로 가자고 했다.


"집에 가."

"집에 있을래."

"안 나갈래."


난 이상했다. 나가면 이렇게 재미있는 게 많은데 왜 안 나가고 싶어할까?


남편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니 남편이 말했다.


"아이는 집에 있는 게 행복한 거야. 굳이 나가지 않아도 재밌으니까 그렇지."


난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나가서 그렇게 돈을 쓰면서 난 재밌게 해주려고 했는데 아이는 집에 있는 게 행복하다니. 

남편은 한 마디를 더 보탰다.


"나도 어릴 때 그랬어. 집에 있는 게 행복해서 굳이 안 나가도 괜찮았거든. 그냥 가족끼리 둘러 앉아서 귤 까먹는 게 행복했어. 우리 아이는 집에 엄마, 아빠, 할머니가 있으니까 좋겠지."


생각해보니 그랬다. 난 어릴 때도 지금도 집에 있는 게 행복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집에서 나가려고 애썼다. 

부모님과 같이 살던 12년은 생각해보면 집에 온갖 장난감이 있었음에도 난 집이 싫었다. 부모님은 만나면 다투시고 엄마는 짜증을 내고 아빠는 집에 거의 안 계셨다. 12살 이후에는 엄마와 둘이 살았지만, 엄마는 일 때문에 밤늦게 들어오셨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으니 당연히 집에 좋을 리 없었다.

가족이 다같이 모여서 웃으며 보낸 시간이 있기는 했던가. 아무리 기억을 헤집어봐도 없다.


그래서 그랬구나.

집에 대한 좋은 기억이 없어서, 난 그렇게 집이 싫었구나. 

이 모든게 내 과거와 연결이 되었다.


얼마나 다행인가.

내 아이는 집이 행복하고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아이로 크고 있으니.

나는 누리지 못했던 행복을 내 아이는 누리고 있다. 


굳이 이리저리 갈 곳을 찾을 게 아니라 아이와 웃으며 눈을 맞추고 함께 하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나 편하자고 나가려고 했던 걸 수도 있다. 나가서 놀면 내가 좀 덜 힘드니까.

조금 더 좋은 엄마가 되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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