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3시, 아이가 울며 나를 찾았다.
졸린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키니 안아달라고 울고 있었다. 코가 잔뜩 막힌 게 힘든지 연신 짜증을 부렸다. 어제 저녁에 코가 막히던 게 조금 불안했는데 새벽 내내 결국 잠을 설쳤다. 17kg의 아이를 안아 달래다가 거실 소파에 앉아 잠이 들었다. 안겨있는 동안은 괜찮은지 아이는 내 품에서 잘 자는 듯했다. 새벽 6시쯤 다시 아이를 방에 눕히고 나도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난 아이는 코가 막혔고 기침을 했다. 꼭 주말이 다가올 때 아픈 건 국룰인가보다. 다행히 우리 동네는 오픈런까지 하지 않아도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들이 있었고, 난 아이를 데리고 근처 이비인후과로 향했다. 진득한 누런 콧물만 봐도 상태가 안 좋은 건 알 수 있었다. 진료를 받고 약을 받아서 집으로 왔다. 아이는 약기운이 도는지 다시 기운이 나는 것 같았다.
다행이라고 생각한 것도 잠시, 아이가 춥다고 했다.
'아, 열이 나는구나.'
난 바로 입술을 아이의 이마에 대보았다. 아이를 키우며 생긴 능력중 하나는 이마에 입술을 대보는 것으로 체온을 거의 정확히 맞출 수 있게 된 것이다.
'37.8도 정도 될 것 같은데.'
급하게 체온계를 찾아와서 재보니 정확히 37.8도였다. 예전 같으면 불안해하며 인터넷을 찾아보고 해열제를 먹이고 했겠지만, 4년의 경험치가 쌓여서 이젠 그리 당황하지 않았다. 38도가 넘으면 먹이자, 생각하며 아이의 옷을 시원한 걸로 바꾸어주고 징징거리는 아이를 무릎에 앉혀 달랬다.
열은 37.5~37.8을 오갔고 더 오르지는 않았다. 차가워진 손발을 주물러주고 조금 진정되었다고 생각하던 오후쯤, 아이의 눈에 눈꼽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 이거 눈꼽감기구나...'
유치원에서 워낙 유행한다는 말을 들었어서 놀라진 않았지만, 눈꼽 때문에 눈을 제대로 못 뜨는 아이를 보며 걱정이 앞섰다. 이미 병원들은 다 문을 닫았을 시간, 결막염 약이 있나 찾아봤지만 집에는 없었다. 다행히 밤 12시까지 하는 병원이 있어서 아이와 병원으로 향했고, 아데노 바이러스 같다는 말을 들었다. 보통 감기와 약이 다르지 않았고 눈에는 약을 넣어주라며 안약만 받아서 집으로 왔다.
저 조그만 몸은 약이 들어가면 금세 언제 아팠냐는 듯 신나게 놀기 시작한다. 어른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컨디션이 떨어지지 않은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스프를 먹이고 안아서 아이를 재웠다.
잠든 아이를 보며 생각했다.
토요일에 아파서 다행이다. 내가 회사에 있을 때 아이가 아프면 내가 돌보지 못한다는 생각에 죄책감과 미안함이 든다. 아프면 엄마만 찾는 아이이기에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주말은 온전히 아이와 지내며 쉬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잠든 아이의 차가운 발을 주물러 본다.
주말에도 밤늦게까지 하는 병원이 있어 정말 다행이다.
아이가 잘 버텨주고 있어서 다행이다.
내가 옆에 있어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생각해보니 매일 감사한 일이 참 많은 것 같다. 좋은 신호인 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