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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김과장 Apr 04. 2024

4일차. 한 끼의 행복

오늘은 정말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려 해도 힘든 날이었다. 어제 탈락 연락의 여파였을까. 짜증도 계속 올라오고 울컥울컥 했다. 4일만에 고비가 찾아왔다.


'오늘 왜 이렇게 예민하지.'


별 일 아닌 일에도 신경이 날카로웠다. 이곳에서 도망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인지 일하기도 싫고 의욕도 떨어졌다. 어제의 긍정 마인드는 하루새 사라졌다. 나란 인간이란.


그래서 곱창을 먹었다.

회사에서 가장 친한 동료 직원이 함께 해주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가 곱창이다. 그런데 곱창을 먹고 나면 죄책감이 심하기 때문에 1년에 딱 2번 정도 먹는다. 곱창을 먹으면 혈관이 막히는 기분이랄까. 그렇지만 오늘은 먹어야 했다.

다행히 남편이 일찍 퇴근할 수 있다고 했고, 엄마가 아이와 문화센터에 간다고 하여 난 곱창에 소주까지 먹고 집으로 가는 길이다. 


나는 애주가다. 아니, 애주가였다. 20대에는 소주 3~4병은 거뜬하게 마셨고, 숙취도 없고 매일 마셔도 괜찮았다. 나이가 들면서 소주 1병으로 타협했다. 이게 딱 지금 내 주량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오랜만에 알콜이 들어가니 기분이 좋아졌다. (난 금주 중이었다.) 1년은 끊겠다는 다짐은 지키지 못했지만, 대신 오늘은 행복해졌다.


'그래, 이 기분을 느끼려고 그렇게 술을 마셨었지.'


현실 도피를 위한 방법으로 술을 많이 마셨었다. 거의 알콜중독자 수준으로. 그래도 오늘은 적당히 기분 좋게 마셔서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힘들 때 같이 곱창을 먹어주는 동료가 있음에 감사했다.

곱창을 사먹을 수 있는 돈은 벌 수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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