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자만했던 걸까.
회사를 옮기고 싶은 마음에 3월에 다른 회사 두 곳에 이력서를 제출했다. 이런저런 절차들을 진행해왔고 오늘 두 곳 모두에서 탈락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름 14년차 IT 전문가로 경험치를 잘 쌓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거절을 당하는 건 마음이 좋지는 않다. 왜 나는 한 군데라도 당연히 될 거라고 생각했을까. (ㅎㅎ)
물론 회사마다 추구하는 바가 다르고, 나의 업력이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뭐랄까. 인정받지 못한 기분이 들었다. 당연히 떨어질 것도 예상하고 지원했지만 막상 연락을 받고 나니 멘탈이 나갔다.
잠시 앉아서 멍 때리다가 옛날 생각이 떠올랐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직을 해보겠다고 이력서를 70개까지 쓴 적이 있었다. 정말 거짓말 안 하고 70개 중 2군데에 붙었다. 그리고 그 중 한 곳이 나의 첫 회사였다. 그 후로도 이직을 준비하기도 하고 면접도 많이 보았고 떨어진 적도 많다.
그리고 지금은 다니고 있는 회사도 있다. 옮기면 좋겠지만, 안 되면 그만이다. 그때와 비교하면 얼마나 행복한 상황인가.
'다 그러려고 그런 거야. 지나보면 아무 일도 아닐 거고.'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았다. 지금 회사에 남게 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모든 일이 늘 그랬으니까.
그리고 다시 한번 나를 다독였다.
겸손하자.
자만하지 말자.
아마 이 마음을 느끼게 하려고 이 일을 겪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 열심히 다니겠습니다.
40대에 입성하고 몸 여기저기가 삐걱거렸다.
눈은 침침해졌고, 안과에서는 안경을 쓰라고 했다.
온종일 컴퓨터를 하는 직업이다 보니 눈이 성할 리가 없다. 또하 목과 어깨 통증은 기본이다. 직업병이다. 거북목에 목 디스크도 있다. 얼마 전 두통이 너무 심해서 갔던 통증의학과에서 물리치료를 해주는 사람이 말했다.
"너무 굳어있어요. 컴퓨터를 안 하셔야 돼요."
"온종일 컴퓨터로 일하는 직업이라."
"원인 제거가 안 되면 계속 통증은 있을 거예요."
"......"
"퇴사가 1번이고요."
"2번은요?
"운동 하셔야죠."
머리로는 너무 잘 알고 있다. 운동하고 술 안 마시고 건강하게 먹고 살도 좀 빼야한다는 걸. 그 사실을 알면서도 어떻게든 미루고 미뤄왔었다.
그리고 굳게 마음을 먹고 집 근처 헬스장에 상담을 갔다. 인바디도 엉망, 자세도 엉망이었다. 패키지로 할인해주는 상품이 있어서 헬스 6개월과 PT 10회를 끊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래. 면접도 보고 하려면 살도 좀 빼야지.'
라고 생각하며 헬스를 시작했는데 오늘 떨어졌다. 뭐 아무튼 운동을 시작했다.
천국의 계단은 정말 천국으로 갈 것만 같았고 체력이 바닥이었던 나는 금세 지쳤다. 하지만 근력 운동을 조금씩 하며 근육통의 희열(?)도 느끼고 있다.
이직은 실패했지만, 운동을 시작했다.
거봐. 다 그러려고 그런 거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