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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차. 직장이 있어 다행이다.

by 글쓰는 김과장

작년 하반기부터 회사를 다니는 게 버거웠다. 우울증약을 다시 먹게 된 이유 중 회사도 한 몫했던 것 같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팀장이 여러번 바뀌며 1년 동안 여러 번의 적응을 해야 했다. 그리고 현재 팀장과 추구하는 바가 달랐다. 14년의 회사 생활 중 가장 힘든 날들이었다. 일이 많고 힘든 건 야근을 하든 어떻게 해서라도 하면 되는데 사람 스트레스는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아, 차라리 차에 치이고 싶다.'


아침 출근길 이런 생각을 하는 나를 보며 미쳤다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작년 8월부터였으니 8개월 정도 된 것 같다. 이제는 내가 포기한 상태이다. 팀장을 설득하려 하지 않고 넵무새가 되어 그저 시키는 대로만 일을 하니 부딪힐 일이 없었다.


"넵."

"넵. 알겠습니다."

"넵. 확인하겠습니다."


팀장과 나의 회사 메신저 대화는 이게 다였다. 나는 의욕도 있고 일에 욕심도 있는 편이었는데 모든 의욕이 사라졌다. 그러다 보니 회사 다니는 게 재미없었다.


회사는 하루 중 1/3 넘는 시간을 보내는 곳이기에 나에게는 꽤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전 회사에서는 회사에 가는 게 즐겁다고 생각할 정도로 같이 일하던 사람들과 잘 맞았다. 이직을 한 이후에 여러 번 고비가 있었지만, 지금이 최대 고비인 셈이다.


다른 회사에 이직하는 것도 알아보며 하루하루 버티던 오늘,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되었다. 새로운 사람들과 같이 일할 TF가 만들어졌고 나도 팀을 대표해서 그 TF 팀원이 되었다. 처음 만난 사람들과 회의를 진행하며 오랜만에 일이 재미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앞으로 몇 달 동안 함께할 시간이 기대되었다.

아, 당분간은 이 일을 하며 또 회사를 재밌게 다닐 수 있겠구나. 일이 뭐가 재밌냐는 누군가의 말에 대답한 적이 있다.


"이왕 해야 하는 일, 재밌게 하면 좋잖아요."


오늘은 퇴근길 발걸음이 오랜만에 가벼웠다.


내일도 출근할 직장이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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