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회사에 출근을 하고나면 친정 엄마는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신다. 아이가 하원할 시간이 되면 엄마는 아이를 데리러 가주신다.
그리고 내가 퇴근할 때까지 별 일이 없으면 엄마는 내게 전화하지 않으신다.
오늘 오전 10시 10분, 엄마게에거 전화가 왔다. 평소 95%는 카톡으로 연락하던 모녀 사이었기에 엄마의 전화에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하필 회사에서 고객사와 회의를 하고 있었다. 중요한 회의이긴 했지만, 순간 무서운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치며 회의 참석자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하고 엄마의 전화를 받았다.
"차 사고가 났는데..."
엄마의 말에 온몸의 피가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엄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물었다.
"엄마 괜찮아? 아이는 괜찮아?"
엄마의 대답을 듣기까지 5초도 안 걸리는 그 시간이 참 길게 느껴졌다.
"둘 다 괜찮아. 유치원 앞에 큰 화분을 박았는데 차가 조금 망가졌어. 그런데 보험 어딘지 아니?"
회의를 멈출 수는 없었기에 보험회사 이름만 알려주고 전화를 끊었다. 고객사와 회의를 진행하는 1시간 동안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빨리 끝나고 엄마에게 전화를 해보고 싶었다.
오전 11시, 회의가 끝나자마자 엄마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이미 보험처리를 해서 차는 맡겼고 망가진 화분은 1개, 관리사무소에 가는 길이라고 하셨다. 주차를 하다가 박았기에 다치지 않았고 아이도 놀라지 않았다고 했다. 보험회사와 통화해서 자차와 대물을 확인하고 나서야 나도 마음이 놓였다.
[엄마, 좋은 일이 일어날건가 봐. 안 다쳐서 정말 다행이다.]
엄마에게 문자를 보내고 다시 회사로 들어가는 길, 하늘이 참 맑았다.
아무 일 없이 지나가는 평범한 하루가 얼마나 감사한지 깨달았다.
지겹고 별 볼일 없다고 생각했던 평범한 일상이 고마웠고,
오늘부터 한달간 내 인생에서 소소한 행복을 적어보려 마음먹었다.
긍정 한 스푼만 있다면 오늘도 살 만한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