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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김과장 Apr 07. 2024

7일차. 소소한 행복

별다른 일이 없는 하루였다.

다행히 아이는 더 아프지 않고 회복 중이고, 우리는 늦잠을 자며 일요일 아침을 즐겼다. 


"산책 갈까?"


컨디션이 나아진 것 같은 아이에게 물었다. 주말 내내 집에만 있는 게 안쓰러웠다. 아이는 신나서 나가겠다고 했다. 날씨는 너무 좋았고 집 근처 산책로에 벚꽃을 보러 슬슬 걸어 산책을 나갔다. 강아지와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사람들의 표정은 밝아보였다.

반팔을 입고도 춥다고 느껴지지 않는 날씨였다. 이틀 만에 바깥에 나온 아이는 산책로를 뛰며 꽃잎이 떨어진다고 좋아했다.


아이를 낳고 산후우울증을 겪고 병원을 다니고, 다시 병원으로 향했던 얼마 전까지 내가 행복하다고 하는 건 나에게 거는 최면이었다.


'난 행복해. 이 정도로도 행복해야 해.'


나에게 거짓 최면을 걸었다. 난 사실 행복하지 않았다. 아이에게 죄책감을 느낄 만큼 내가 중요했고,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아이를 낳고 내 인생은 없어졌고 모든 걸 포기해야 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니 40년 인생동안 행복하다고 느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어릴 땐 부유했지만 행복하진 않았고, 부모님의 이혼 후에는 힘들어서 행복하지 않았고, 결혼 후에도 아이를 낳고 나서도 내가 행복하지 않은 이유를 찾았던 것 같다.


이 브런치북을 연재하겠다고 마음먹으며 매일 고민했다. 과연 나는 행복하지 않은가. 

그런데 생각해보니 매일 행복한 일이 가득했다. 내가 몰랐을 뿐, 아니 알려고 하지 않았을 뿐.


아이와 집 근처 산책로를 걸으며 벚꽃이 날리는 순간이 행복했다.

40년 만에 이제야 조금씩 행복을 느끼고 있다. 


거짓으로 행복한 척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행복하다고 느낀 하루였다.

아, 이런 소소한 행복으로 사는 거구나.

네가 있어서, 당신이 있어서 오늘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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