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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김과장 Feb 23. 2024

13. 오늘이 내 생에 마지막 날이라면

오늘이 내 생에 마지막 날이라면,

나는 만족할 만한 하루를 보을까.


오늘따라 아침부터 몸이 무거웠다.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는 어지러움을 느끼고 바닥에 주저앉았고, 그럼에도 지각을 하지 않기 위해 지하철에서 내릴 수는 없었다.

식은땀이 흐르고 어지럽고 토할 것 같았지만,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20분을 지하철 바닥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출근길 만원 지하철에서. 서러운 마음에 자꾸 눈물이 차올랐다.


‘아, 이렇게 쓰러질 수도 있겠구나.’


무서운 상상들이 머리속을 스쳐갔다.


‘내가 쓰러지면 지금 프로젝트는 어떡하지?’

‘오늘 중요한 회의가 2개나 있는데.’

‘쓰러지기라도 하면 남편은 올 수 있으려나. 우리 딸은 어떡하지.’


그 짧은 시간 동안 쓰러져서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가는 상상을 했다. 그리고 지하철에서 내려 잠시 벤치에 앉아 찬 공기를 쐬니 다시 살 것 같았다.

회사에 도착하자 팀원이 내 안색을 보며 깜짝 놀라 물었다.


“하얗게 질렸는데 괜찮아요?”


출근하자마자 예정되어 있던 회의에 참석해야 했기에 난 괜찮다며 물 한잔을 마시고 회의실로 향했다. 괜찮은 척 회의를 마치고 화장실에 앉는 순간 눈물이 흘러내렸다.


‘내가 이렇게 나약한 인간이던가.’


원인도 모를 컨디션 난조에 나를 탓하며 서러운 마음을 눈물로 흘려보냈다. 그리고 또 괜찮은 척 자리에 앉아 밀린 업무를 처리했다.

점심 시간, 도저히 밥이 넘어갈 것 같지 않아 휴게실에서 잠을 청했다. 40분 정도 기절하듯 잠을 자고 일어나니 아까보다는 조금 나은 것 같았다. 하지만 오후 회의를 하며 컨디션은 점점 더 떨어졌고 결국 난 오후 휴가를 내고 병원으로 향해야 했다.

병원에서도 나의 상태를 딱히 무어라 설명하지 못했다.


"기운이 없고 어지러워서요."

"요즘 스트레스 받으시는 일이 많나요?"

"뭐, 그냥... 특별한 일은 없는데."

"수액 놔드릴게요. 잘 자고 잘 쉬어야 합니다."


회사 생활 14년 동안 스트레스 면역력이 강하다고 자부하며 살아왔었다. 나의 컨디션 난조가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링거를 맞는 2시간 동안 세상 모르고 기절한 듯 잠에 빠져 들었다. 그리고 일어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몸이 가뿐해졌다. 


회사를 다니면서 퇴근해서는 육아에, 그리고 육퇴 후에는 글을 쓰며 피곤이 쌓였던 것 같았다. 아이와 함께 자다보니 새벽에 두세번 깨는 건 일상이고 4년간 푹 자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였으니 잠이 부족했다고 혼자 결론을 내렸다. 쓰러질 정도가 되어야 푹 잘 수 있구나, 싶어 내 상황이 우습기도 딱하기도 해서 실소를 뱉었다. 나는 바로 집으로 가지 않고 동네 카페로 향했다. 노트북을 켜고 글을 쓰며 생각했다.


만약 내가 오늘 쓰러져서 오늘이 내 생에 마지막 날이었다면, 난 후회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아팠으니 더 쉬어야지.' 가 아니라 '더 무언가 하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친한 지인이 뇌출혈로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람 일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오늘 난 인생 목표를 다시 정했다. 그리고 실천하기 위한 세부 계획을 세웠다. 매일 글쓰는 것을 포함하여.

그리고 오랜만에 이력서도 업데이트했다. 지금 회사에 안주하지 않고 한번더 도전해보기로 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 되어도 후회하지 않도록 살아보려고 한다. 


D-657의 목표가 생겼다. 오늘 하루는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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