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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진 Oct 14. 2017

조직문화란 대체 무엇일까?

조직은 사람들로 구성된 유기체다.

많은 기업들이 성과 창출과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로 꼽는 것이 바로 문화다.

왜? 조직문화가 대체 무엇이길래 왜 그토록 중요하다고 할까? 안타깝게도 이 문화라는 건 쉽게 정의하기도, 실체를 제대로 확인하기도 어렵다. 그저 같은 문화에 속해있는 사람들이 보이는 일정한 패턴의 행동, 생각, 언어 등을 통해 귀납적으로 파악해 볼 수 있을 뿐. 하지만 정의와 측정이 어렵다고 해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개선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조직문화에 대해 본격적인 나만의 썰(?)을 풀어보기 전에 먼저 내가 생각하는 조직문화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그 누구도 완전히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없다.


인간은 환경의 영향을 받는 동물이다. 그것도 아주 많이. 사람들은 때때로 자신이 매우 객관적이고 냉철한 사고로 독립적이며 논리적인 선택을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다른 사람에 대한 의존도가 낮은 사람이라면 더더욱. 이는 명백한 착각이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생각과 행동은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나를 둘러싼 수많은 환경에 영향을 받은 결과이다. 자라온 환경, 보고 배운 것,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 최근의 관심사, 유행, 직전에 보았던 풍경이나 귓가에 스쳤던 이야기까지 아주 사소하고 많은 것들이 내 생각과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이는 이미 수많은 실험으로 증명된 사실이기도 하다. 거창하게 다윈의 진화론이나 뇌과학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인류의 역사는 어쩌면 환경에 대한 인간의 적응과 변화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람이 이토록 환경에 영향을 받는 존재라면,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가 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가치와 행동이 명확할 때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이를 위한 환경을 만드는 것일 수밖에 없다. 어떤 공동체에 속한 사람들에게 공동의 가치를 심고 이를 토대로 일정한 패턴의 행동양식을 보이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런 환경이 만들어지면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시장을 움직이듯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어떤 힘에 의해 조직이 추구하는 방향으로 함께 나아갈 것이다. 이것이 바로 조직의 문화다. 같은 문화에 속한 사람들 사이에는 공감대를 통해 형성된 공유 가치가 있고, 이로 인해 비슷한 행동 양식을 보이게 된다.


조직문화의 개념과 역할을 좀 더 쉽게 생각하기 위해 내가 항상 떠올리는 비유가 있다.


조직문화는 ‘조직의 자율신경’과 같다.


자율신경은 신체의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분포하여 우리의 몸이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준다. 외부 자극이나 환경의 변화를 인지하고 의식적으로 동공을 확대하거나 혈관을 수축시키는 사람은 없다. 이 모든 작용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자동적으로 반응하는 자율신경이 있기에 가능하다. 조직을 한 명 한 명의 사람이 모여 형성한 유기체라고 했을 때 조직문화는 바로 이 자율신경의 역할을 한다.


조직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에서 누군가 일일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말해주지 않아도, 문화는 늘 암묵적으로 합의된 공동의 가치를 기반으로 일정한 패턴의 행동을 만들어 낸다. 마치 어떤 환경에서든 알아서 반응하며 일정한 몸 상태를 유지하게 해주는 자율신경처럼 말이다. 따라서 조직문화가 튼튼하면 이것이 자율신경처럼 작용해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 신념 등과 맞지 않는 다른 가치를 걸러내며 조직의 항상성을 해치는 행동을 억제하고 정화한다.

조직의 문화는 우리 몸의 자율신경과도 같다.

무엇보다 자율신경은 신체가 위급한 상황에 대처하도록 하는 결정적인 기능을 하는데, 이는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직의 유연성과 적응성이 바로 조직문화에서 비롯되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자율신경이 우리의 신체를 위해 반응하듯 튼튼한 조직문화는 기업이 내외부의 변화에 빠르게 반응하며 적응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좋은 조직문화는 자율신경만큼 복잡한 요소들이 최적의 균형과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만들어진다.


신체 전반에 걸쳐 퍼져있는 자율신경은 그중 어느 것 하나라도 제기능을 다하지 못하면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다. 조직문화도 그렇다. '문화'라는 단어 자체가 무수히 많은 의미와 맥락을 담고 있듯이 '조직문화'도 조직을 이루는 수많은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심지어 이 요소들은 각자 따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밀접하게 영향을 주고받는다. 1 더하기 1은 5가 될 수도 있고, 10 빼기 2는 0이 될 수도 있다.

서로 맞는 톱니가 맞물려야만 비로소 돌아가는 톱니바퀴처럼 문화는 수많은 요소들이 상호작용해야만 형성되고 유지된다.


기업의 미션과 비전에서 시작해 기업의 DNA라고 할 수 있는 핵심가치, 인재상, 채용, 교육, 평가, 보상, 승진, 복리후생,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퇴직에 이르기까지 조직의 구성원과 관계하는 모든 요소들이 조직문화의 구성요소다. 이 중 하나라도 조직이 추구하는 지향점과 어긋나 일관성을 잃거나 서로 통합되지 못한다면 강한 조직문화는 그저 공허한 말로 그칠 뿐이다.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조직문화를 표방하면서 사내 커뮤니케이션은 매우 보수적이라면 어떨까? 도전과 혁신을 지향하면서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평가제도를 갖고 있다면? 핵심가치를 공표해놓고 이 가치가 보상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면?


너무나 많은 기업이 이런 실수를 한다. 어쩌면 이런 실수를 하고 있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조직문화는 모든 구성요소들을 전체적으로 펼쳐 보는 동시에 하나씩 깊게 살펴보면서 최적의 상태에서 균형을 이루며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세밀하게 관리해야 하는 대상이다. 그래서 조직문화를 좋게 만들기는 무척 어렵지만 망가뜨리기는 너무 쉽다.


따라서 우리가 원하는 조직문화를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문화를 만드는 핵심 구성요소들을 파악해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접근을 해야만 한다. 구성원들이 우리가 원하는 행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자율신경만큼 복잡하지만, 한번 제대로 만들고 세심히 관리만 한다면 기업을 둘러싼 어떤 변화와 자극에도 무서울 것은 없다. 조직문화가 기업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되어 있을 테니 말이다.


게임에서 이기려면 플레이어를 배치하기 전에 가장 먼저 게임판을 살펴봐야 한다. 우리의 플레이어들이 유감없이 실력 발휘할 수 있도록 이길 수밖에 없는 게임판을 먼저 만들자. 좋은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 그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자 기업이 존재하는 한 끝까지 지속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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