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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진 Oct 22. 2017

언제나 출발은 '왜?'여야 한다.

Why 'why'?

생텍쥐페리는 이런 말을 했다.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에게 목재를 가져오게 하고 할 일을 나눠주고 일을 시키지 말라. 대신 그들에게 넓고 끝없는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갖게 하라.”


높은 성과를 이끌어내려면 사람들이 몸으로 일하게 하지 말고 마음으로 일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마음으로 일한다는 것은 어떤 일을 해야만 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가 정말 그 일을 하고 싶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일이 'must'가 아니라 'want'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일을 하고 싶은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일하는게 즐거워서, 일이 나의 가치관을 실현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일을 통해 내가 성장하거나 나의 존재 가치를 인정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등 정말로 일을 하고 싶은 이유는 나의 내적 동기와 관련이 깊다.


마음으로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누군가 일일이 무슨 일을 어떻게 하라고 지시하지 않더라도 능동적으로 일한다. 본인의 일이 아니더라도 주변에 내가 기여할 수 있는 일이 없는지 살피고, 필요한 일이라면 기꺼이 만들어내길 주저하지 않는다. 항상 다양한 아이디어가 샘솟고 도전정신이 끌어오르며 열정적이다. 모든 기업이 원하는 인재의 특징인 'self-motivated'란 바로 이런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렇듯 마음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조직문화가 좋아지고 기업이 성과를 내리라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몸이 아니라 마음으로 일하도록 만들 수 있을까?


조직문화, 골든서클에서 답을 찾다.


개인적으로 큰 영감을 받았던 사이먼 사이넥의 저서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원제: Start with Why)'에서 이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책에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골든서클(golden circle)'은 간단히 말하면 무엇이든 'why'에서 시작해야만 영향력을 발휘하고 성공할 수 있다는 일종의 과학적인 논리이자 명쾌한 철학이다. 하지만 많은 기업이 why가 아닌 what에서 시작하곤 한다. 많은 기업이 제품을 판매할 때 제품의 특징이나 장점을 열거하기 바쁘다. 이런 기업은 우리가 '왜' 이 제품을 만들었는지 보여주는 기업을 절대 이길 수 없다. 즉, 우리의 존재 이유는 무엇이고 추구하는 가치와 지키고자 하는 신념이 무엇인지에서 시작해(why), 이를 어떻게 실현하고자 하는지(how), 그래서 나온 결과가 무엇인지를(what) 말해야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나의 ‘왜’로부터 파생된 ‘무엇을’이 나의 일이다. 일은 결과이고 근원은 삶의 목적의식인 것이다." - 사이먼 사이넥


사람들이 마음으로 일하게 하려면 결국 그들의 'why'를 충족해줘야 한다. 사람들의 일하는 '동기'를 자극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은 가장 먼저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명확히 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의 목적이 '이윤 창출'인 시대는 이미 지난지 오래다. 이윤은 기업이 존재 목적을 충실히 이행했을 때 따라오는 결과이지 궁극적인 목적이 될 수 없다. 기업은 비즈니스를 통해 우리 사회에, 사람들의 삶에 어떤 가치를 가져다주고 싶은지, 기업이라는 공동체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실제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면 그 가치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레 그 기업에 몰려들고, 자신의 why와 기업의 why를 일치시킴으로써 개인과 기업의 성장을 함께 이끌어가고자 하는 사람들로 가득차게 될 것이다.


이런 기업의 조직문화는 어떨까? 가야할 길이 분명하고, 그 길을 함께 가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조직의 문화. 분명 일하고 싶은, 일할 맛 나는 문화일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많은 전제가 필요하다. 회사와 직원들의 why를 계속해서 맞춰 나가고 일관성 있게 유지 및 관리해줘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회사의 모든 제도와 정책, 생산하는 제품이나 서비스 등에 why가 녹아 들어가야 한다. 이에 대해 말하자면 조직문화의 또 다른 영역으로 넘어가게 되므로 여기에서는 why에만 계속 초점을 맞추기로 하자.


기업의 미션은 회사소개란에 필요한 것이 아니다.


사실 대부분의 기업은 이미 본인들만의 'why'를 갖고 있고, 이에 대해 꽤 잘 정리해서 보여주고 있다. 바로 기업의 미션(mission)이 그것이다. 요즘 왠만한 기업들의 홈페이지만 들어가봐도 너나 할 것 없이 회사소개란에 기업의 미션을 가장 먼저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더 이상 얘기할 것 없는 것 아닌가? 이미 기업의 존재목적이 분명하고 누구나 알 수 있도록 공표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사무실 안 한쪽 벽에 걸려있는 기업의 미션과 핵심가치 같은 것들이 인테리어 장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걸 말이다. 미션이 힘을 갖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그 미션이 누구도 아닌 직원들의 것이어야 한다. 즉, 조직 구성원들의 이해와 공감이 필수적으로 전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는 다른 기업의 미션과는 달라야 한다. 지금 당장 다른 기업 홈페이지에 그대로 갖다 써도 이상하지 않을 내용이라면 어떤 직원이 '우리의 미션'이라고 생각하겠는가? 또, 미션은 그 자체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구체적인 메시지로 표현되어야 한다. 흔히 들어본듯한 평범한 표현에, 핵심 메시지는 뭐였는지조차 기억나지 않고, 그래서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지도 분명하지 않다면 미션은 미션 그 자체의 미션조차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업의 미션은 진정성을 담고 있어야 한다. 누가 보더라도 그저 돈을 더 벌기 위해 또는 그저 멋있어 보이려고 번지르르하게 만들어놓은 것 같다면 그 미션에 열정을 바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미국 군대에는 Commander's intent라는 것이 있다. '지휘관의 의도'라는 것인데 조직의 미션에 대한 훌륭한 비유로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지휘관의 의도는 모든 명령서의 가장 윗부분에 첨가되는 간결한 메시지로 모든 계급의 병사들이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예측할  없고 변동성이 매우  일촉즉발의 상황인 전쟁터에서 군인들은 commander's intent라는 최종 적만 바라보고 유연하게 작전을 변경하고 수행한다. 한치 앞을 모르는 전쟁터에서 계획 따위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뭘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우리의 목적과 의도가 무엇인지 상기하면 된다. 기업의 미션도 궁극적으로는 이런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가  존재하는지,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지가 분명해야 직원들의 지지와 신뢰를 얻을  있고 동시에 그들에게 '자율성' 부여할  있는 기반이 만들어진다. 일일이  어떻게 해야할지 알려주지 않아도 되고, 반대로 묻지 않고 스스로 일할  있는 ‘자율성말이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감정적이다.


일하고 싶은 문화를 만들기 위해 'why', 즉 직원들의 내적 동기를 자극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인간은 원래 '감정적'인 동물이기 때문이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철학자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사람의 이성을 강조하며 인간이 이성적 사고를 하기 때문에 다른 동물들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맞는 말이다. 우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본능이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절제할 줄 알며 합리적인(또는 합리적이라고 믿는) 사고와 선택을 할 수 있다. 이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그렇게 해야만 한다. 하지만 이는 인류가 종족 유지와 번식을 위해 공동체 생활을 영위하고 교육과 학습을 통해 진보를 거듭하며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것일뿐, 사람 또한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이성을 갖추기 전에 감정부터 표출하도록 태어난다. 어린 아이들만 봐도 알지 않는가.


따라서 사람들을 진정으로 움직이게 만들려면 그들의 감정을 자극해야 한다. 그리고 감정을 자극하려면 우리가 일을 함으로써 어떤 즐거움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지,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어떤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지,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지 등을 설명하고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학창시절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잘 알고 있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던 경험을 우리는 모두 해보지 않았던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건 논리가 아니라 감정이다. 마음이 움직일 때 비로소 막강한 힘이 나온다. 이것이 우리가 'why'에서 시작해야만 하는 이유다.


사이먼 사이넥의 말이 조직의 'why'가 하는 일을 아주 명쾌하게 정리해준다.

 

"평균 수준에 있는 기업들은 직원에게 힘써 처리해야 할 ‘업무’를 부여한다. 반대로 혁신적인 조직은 사람들에게 노력하여 나아가야 할 ‘지향점’을 제공한다.”


우리 회사는, 당신의 회사는, 아니 나는 지금 주어진 '업무'를 하고 있는가 아니면 어떤 목적(why)을 위해 가는 '과정' 안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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