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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진 May 27. 2018

나의 글쓰기

우리는 모두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살아간다.

나는 늘 무언가를 배우고 이미 아는 것을 새롭게 발견하는 것을 좋아했다. 사색에 잠기는 시간을 즐기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가끔은 생각이 너무 많아지기도 했다. 특히, 살면 살수록 어렵기만 한 ‘인생’이라는 주제는 내 삶의 가장 큰 화두이자 탐색 주제였다. 어렸을 때부터 막연하게 품었던 진리에 대한 지적 호기심은 성인이 되면서 ‘대체 인생은 무엇일까?’, ‘삶이 나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어떻게 살아야 의미 있는 인생일까?’라는 질문들로 바뀌어 갔다. 문제를 많이 풀수록 수학 실력이 좋아지고, 영어를 많이 쓸수록 영어 실력은 좋아지는데 왜 인생만큼은 살면 살수록 더 어려워만 지는 것인지가 최대의 아이러니였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였을까? 나는 살아가면서 순간순간 느낀 감정, 문득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생각, 그 안에서의 작은 깨달음을 글로 옮겨 적곤 했다. 머릿속을 어렴풋이 떠도는 그럴듯한 - 나의 지식과 경험에 비추어 스스로 납득되는 - 생각을 기록해놓지 않으면 순식간에 증발해 버릴 것 같았다. 기록해두지 않으면 그저 파편처럼 공중 속으로 흩어질 뿐 온전히 내 것으로 남지 않을 것 같았다. 그 순간 떠오른 언어의 조합이 다음 순간 다시 똑같이 떠오르기란 매우 희박하지 않나.


그러다 문득, 나는 왜 내 생각들을 글로 남기고 또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어 하는 걸까, 근본적인 물음이 생겨났다. 앞선 글 '생각, 말, 글'에서도 얘기했지만, 생각을 글로 옮기기란 사실 여간 어렵고 피곤한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나는 굳이 왜, 생각의 파편들을 붙잡아 기록하고 편집하여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하는 것일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나는 다만 인간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시시콜콜 사는 이야기도 좋지만, 그보다는 인생이라 불리는 것의 본질 또는 진리라 일컬어지는 그 무언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 삶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지, 누구나 보편적으로 느끼는 감정은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삶이 안겨주는 고통과 즐거움의 근원은 무엇인지. 참 뜬구름 잡는 소리다. 모두 정답이 없는 것들이니. 동서고금을 통틀어 이에 대한 탐구에 인생을 바친 철학자들조차 각자 다른 이야기를 하는 주제이지 않은가.


바로 그렇기 때문에 나는 글을 쓴다. 정답이 정해진 문제라면 공식에 따라 문제를 풀면 그만이다. 굳이 내 해석을 달 필요가 없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는 정답이 없다. 각자의 삶에 가장 근사치로 들어맞는 해답이 있을 뿐. 나는 나만의 해답을 찾아가기 위해 글을 쓰고, 나와 비슷한 해답을 찾고 있는 이들에게 그저 내 작은 지식과 경험, 알량한 통찰을 나누고 싶을 뿐이다.


인생은 어쩌면 각자에게 주어진 삶이라는 난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이다. 나는 내 인생의 해답을 찾아가기 위해, 삶에서 느끼는 소소한 이야기를 나만의 문제풀이집으로 기록하고 싶다. 이렇게 하나씩 기록하고 공유하다 보면, 사람들에게 어느 순간 어떤 도움을 주게 될지도 모르니. 그럴 수 있다면 정말 큰 기쁨이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그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세상에서 각자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니. 인생의 해답은 각자가 다를 수밖에 없고, 비슷하다 하더라도 풀이과정은 다르기 마련이다. 다만, 각자가 해답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서로 조금씩 공유한다면 우리의 인생살이가 조금은 더 수월해질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우리들 모두는 조금이라도 삶을 여유 있게 바라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이게 바로 내가 글을 쓰는 이유다. 그리고 이런 생각에서 ‘소소한 일상 사소한 철학’이라는 이 브런치 매거진을 덜컥 만들었다. 매거진에 써나갈 글들은 철저히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쓰여진 '내 세상'의 이야기들이다. 즉, 나라는 사람의 세계관이 어떤 순간을 만나 뱉어 놓는 생각의 조각들에 불과할지 모른다. 그렇다 할지라도, 한 조각 한 조각 기록해 두면 언젠가 그 조각들이 하나의 큰 퍼즐을 이루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작은 조각일지라도, 내게 글쓰기는 나만의 퍼즐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이자 정답 없는 삶을 살아가기 위한 도구로 함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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