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주로 친구들과 여행을 갈 때는 자유여행을, 부모님과 갈 때는 패키지여행을 선택해왔습니다. 친구와의 여행인데도 터키를 패키지여행으로 가기로 한 데에는 대단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당장 여행은 떠나고 싶었고, 그 나라가 터키였고, 제가 가진 편견과 고정관념으로 터키 자유여행은 왠지 좀 두려웠거든요.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터키 일주를 하는데 패키지여행의 경비가 엄청 저렴했습니다.
오늘은 안탈리아로 이동만 하는 8시간에 달하는 고난의 행군이 예정돼 있었습니다. 자유여행이었다면 이런 동선을 짰을까 싶기도 했는데, 패키지여행을 온 우리에게는 선택권이 없으니 고민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사실 고민 없이 여행하기 위해 패키지여행을 온 것이기도 하고요.
자유여행에서 시간이나 선택의 자유를 얻는 대신 쉴 새 없는 고민과 연구, 시행착오와 갈등을 하게 되잖아요. 물론 그게 여행의 재미이고 과정이기는 하지만. 가끔은 여행을 온 것인지 스트레스를 받으러 온 것인지 헷갈릴 때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번에는 무엇보다 그런 것에서 해방되고 싶었습니다.
온 마음 다해 가이드에게 의지하리라!
이게 이번 여행의 콘셉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 그런 마음으로 어디를 가든 즐겁더라고요? 진짜 거짓말이 아니라 쇼핑센터도 내가 마음을 열고 보니까 사지 않아도 즐거울 거리가 많았습니다. 터키 여행에서는 특히 그랬는데, 그중에서도 터키 패키지여행의 필수 쇼핑 코스인 수제 카펫은 보는 순간 절로 감탄이 나오고 맨발로 밟자마자 내 카드 한도를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이래서 '터키 카펫, 카펫 하는구나'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그냥 쇼핑을 가면 만드는 과정은 눈으로 볼 수 없잖아요. 패키지여행에서는 잠깐이지만 그 장인이 카펫을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는데, 정말 드라마 <시크릿 가든> 현빈에게서 듣던 '한 땀 한 땀'이 제 눈앞에서 펼쳐지는데 그 솜씨가 여간 현란하게 아닙니다. 도면 없이 스케치를 눈으로 보고 오직 장인의 감각으로 적당한 색깔을 선택하고, 손가락을 촤라라 움직이면 디자인과 싱크로율 100%로 카펫이 완성되는 과정은 감탄 그 자체! 정말 경이로웠습니다. 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는데, 그러기에는 너무 비싸서 살 수는 없었어요. 지금도 그 카펫의 촉감만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부드럽고, 따뜻했던 터키 카펫의 추억이죠. ㅋㅋㅋ
여행을 즐기러 간 쇼핑 코스 방문을 단순히 '사냐, 안 사냐'를 두고 가이드와 벌이는 기싸움 내지는 심리 싸움으로만 생각했던 건 참 바보 같은 짓이었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습니다. 그냥 즐기면 됐던 건데, 지금처럼. 그런데 저는 여태까지
절대 안 살 거야! 당신이 아무리 달콤한 말로 나를 유혹해도 소용없어
라는 마음으로 가는 곳이 쇼핑 코스였습니다. 그렇게 싸우자는 마음으로 갔는데 즐거울 리가 있었겠으며 어느 하나 의심의 눈초리로보지 않은 것이 없는데, 괜히 시간만 낭비했다고 생각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물론 그런 곳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런 곳은 그런 그곳대로 즐기면 되고, 아닌 곳은 아닌 대로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죠. 왜 저는 지금까지 가이드와 대결하듯 여행을 했던 걸까요?
제 마음이 달랐던 겁니다.나 스스로 찾아서 가는 건건 의미 있고 가치가 있는 거고, 가이드가 데려가는 건 장사 속뿐인 무쓸모 한 과정이라는믿음이패키지여행의 불편한 구석을 만들어버린 것이죠.
앞서 말했듯이 우리들은 이번 여행에서 마음을 비웠습니다. 그래서인지 아주 잠깐 사진만 찍은 옛날 여인숙도 멋있었고 이동 중간에 들른 휴게소에서 만난 가게 주인도 반가웠고, 땀은 줄줄 흐르지만 사진을 아주 잘 나오게 해주는 뜨거운 햇볕도 만족스러웠고, 긴 이동 시간 책을 읽을 수 있는 것도 좋았습니다. (언니는 여행 기간 동안 총 4권의 책을 가지고 왔는데 그중 언니는 3권을 저는 1권을 읽었습니다. 저는 이동 시간 대부분을 체력 보충 차원에서 잠을 잤거든요~ ㅋㅋㅋ) 지루하다 싶을 때 마신 전혀 시원하지 않은 밍밍한 맥주마저도 저를 웃게 했습니다.
여행이 즐거우려면 어떤 순간을 마주하든 그 순간을 즐길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는사실을 혹시 내가 너무 늦게 깨달은 건 아닐까 하는 조바심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