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지 않는 걸 하기 위해서 돈을 내야 한다니! 그런데 말입니다....!
터키는 지중해, 에게해, 흑해를 모두 품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지. 중. 해를 볼 수 있는 터키 남서부에 위치한 항구 도시 안탈리아는 아름답기로 유명해 우리나라의 많은 cf나 화보 촬영이 이루어진 곳이기도 합니다. 오전 일정으로 안탈리아 유람선 선택 관광과 구시가지 관광이 있었습니다. 여행 5일 차에 접어드니 일행들은 물론 우리의 부정적(?)인 가이드와도 무척 친해졌습니다. 밀당 고수답게 그는 제안합니다.
모두 유람선 타시면
지중해에서 수영할 시간
30분 더 드릴게요!
저희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인 제안은 아니었습니다.
둘 다 수영을 전혀 못 하기도 했고, 바다를 눈으로 보는 건 좋아했지만 물에 들어가는 건 원하지 않았거든요. 무엇보다 오늘은 찍으면 화보가 된다는 관광지를 줄줄이 가는 날. 새벽부터 최선을 다해 풀 세팅하고 온 ‘그나마 괜찮은 비주얼’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원하지 않는 걸 하기 위해서 50유로를 내야 한다니! 말이 안 되잖아요? 그런데 말입니다. 그 말도 안 되는 일을 저희가 했습니다! 하하하!
저희 터키 패키지여행 친구(!)들은 19명이었습니다.
베프 언니와 저, 혼자 온 여대생, 딸과 같이 온 부산 가족 3인, 딸과 딸 친구가 함께 온 서울 가족 4인, 아들과 아버지의 부자 팀 2인, 딸과 아버지의 부녀 팀 2인, 마지막으로 70대 남자 절친들이 함께 온 제주도 팀 5인! 10대부터 70대까지 아주 다양한 연령의 조합까지 좋은 환상의 팀이었죠.
가이드의 저 제안으로 저희는 때 아닌 눈치작전 같은 회의(?)를 하게 됩니다. 저희를 포함해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그룹은 없었습니다. 대신 적극적으로 좋아하는 분들이 있었죠. 바로, 제주도 어르신 팀. ‘바다 사나이’ 출신답게 지중해 수영에 큰 의욕을 보이셨습니다. 다른 분들도 굳이 안 하겠다는 입장은 아니시더라고요? 가이드가 ‘다 타면’이라는 조건을 안 걸었으면 저희는 고민 없이 안 타겠다고 했을 텐데, 왠지 그러면 안 될 것 같았습니다. 아무리 남들이 ‘예스’라고 할 때 ‘노’라고 하라지만 패키지여행에서는 그러기가 쉽지 않잖아요. ‘나의 여행’이 아니라 ‘우리의 여행’이니까요. 물론 단지 눈치가 보여서, 그게 이유의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제가 별로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면 분명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었고, 이 순간 직접 경험하지 못한다면 평생 모르고 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나름 큰 맘먹고 안탈리아 유람선을 타기로 결정한 것이죠.
아, 오해 마세요! 저 제안은 그냥 가이드의 장난이었습니다. 선택 관광을 안 하고 개인 시간을 보내는 팀도 있었고, 서로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왠지 저 시간이 후로 ‘팀워크’라는 게 더 생긴 것 같기는 합니다. 하하하!
유람선 위에서 바라본 지중해는 이 말이 나오기 충분했습니다.
장관이네요
절경이고요
신이 주신 선물이네요
수영 팀이 지중해 바다를 온몸으로 느끼는 동안 언니와 저는 배 위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맥주를 즐겼습니다. 아니, 근데 남들 수영하는 거 보는 게 뭐라고 이게 또 재미있더라고요. 다들 자신만만하게 바다에 뛰어들었지만 지중해 바다는 이름처럼 마냥 낭만적인 바다는 아니었나 봅니다. 제주 사나이 어르신들도 절레절레할 만큼 물살이 세서 수영은커녕 그냥 떠 있기도 힘들어 보였습니다. 문제는 이론적으로 제일 체력이 좋아 보인 부자 팀의 20대 아들이 그 바다를 견디지 못하고 유람선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진 겁니다. 이 위험(?)을 본능적으로 감지한 70대 어르신 한분이 그 청년(?)을 구출해 오시는 데 뭔가 바뀐 것 같은 그 상황이 얼마나 웃기던지. 당사자인 아들의 아버지까지 배 위에서 생생하게 그 모습을 목격한 저희는 지중해에서 만난 생명의 은인이라며 한바탕 웃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몰랐습니다.
우리가 웃음에서 정신을 차릴 무렵 갑자기 사진작가 같은 포스를 뽐내며 관계자(!)가 등장하더니, 우리들의 사진을 찍어 주기 시작합니다. 촉이 왔죠! ‘이건 상술이다’ 하지만 저희들 저항에 전혀 당황하지 않고 그들은 말합니다.
맘에 안 들면 안 사도 되니까
찍어나 보세요
무조건(!) 안 살 거니까, 일단 기분이라도 내 보고 싶어서 저희는 사진 촬영에 적극적으로 임합니다. 잠시 후 그들은 사진을 이용한 접시 액자를 들고 다시 나타나더니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사진이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한 개에 20유로여서 굳이 살 필요는 없겠다고 생각해서 사지 않겠다고 확정! 땅땅땅! 그런데 말입니다. 그 걸 저희가 또 샀습니다! 하하하! 두 개 20유로라는 가격으로.
넉살 좋으신 제주도 어르신 한분이 관계자를 따로 만나 가격을 흥정해서 무려 50%를 깎아 오셨더라고요. 사실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그날, 그 순간의 분위기가 저희를 취하게 했고, 추억을 산다고 생각하니 그렇게 나쁠 건 없어 보였습니다. 그 녀석 지금도 집에 떡하니 혼자 지중해스럽게 잘 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50유로+∝라는 가격에 지중해에서의 1시간을 샀습니다.
이건 비싸게 산 걸까요? 싸게 산 걸까요? 가성비는 확신할 수 없지만 전 잘 산 것 같아요. 언제든지 나를 웃게 하는 추억을 샀다고 생각하면 ‘그 선택하길 참 잘했다’ 싶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