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무릎을 구부려 서로의 등을 대주는 일
13.
많은 집을 부모로부터 물려받아, 2년마다 세입자들을 돌아가며 쫓아내며, 강남에 사는 사람들도 물론 많다. 그들도 들어보면 다 고충이 있다. 아이가 있어도 혼인신고 하지 않고, 분양권 부자가 된 사람들도 있고. 그렇지만, 밥을 네 끼 먹는 사람이 없듯, 나는 그들에 대해 생각하느라 시간을 쓰지 않기로 한다. 내가 신나서 다닌 임장, 내 스스로 일구어온 내것에 대한 기쁨, 그것은 온전히 내 것이었음을 생각한다.
내 아이들이 자신보다 많이 가진 사람들이라고 타인과 선을 긋는데 에너지를 쓰지 않으면 좋겠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남이 가졌다는 생각에 인생을 허비하지 말고, 그것을 소유했느냐 못했느냐의 관점에서 얼른 털고 일어나, 내가 가질 수 있는 인생 앞으로 어서 가서 자리를 잡고 앉아 누리기를. 왜냐하면 너의 인생이 닳는 것이 아까우므로.
사방이 막혔을 때, 하늘을 본다. 남들은 그저 쉽게 툭툭 결정을 하는 것 같은데, 나는 언제나 복잡한 길에 혼자 놓여진 것 같다. 남들은 수많은 길 속에, 자신의 우선 가치를 잘 알고, 그저 툭 걸어하는 길을, 나는 언제나 갈 길을 잃고 우는 아이 같은 마음이 든다. 노마드 시대라지만, 나는 십대때나 지금이나 자주 길 잃은 승냥이 같아진다. 남들은 할 수 있는 것만 잘 추스려 가는 것도 바쁘다는데, 나는 언제나 너무 많은 패를 펼쳐놓고 끙끙대는 것 같은.
그럼에도 나는, 세상이 너는 부모 도움을 못 받으니, 절대 집도 못 갖고, 결혼도 못할 것이며, 아이도 못 키울 거야. 라고 말할 때, 아니라고! 할 수 있다!고, 세차게 긍정해 줄 누군가에게 나 또한 그 목소리를 보태고 싶다. 그냥 별것 없는 소시민이지만, 소심하게 주식을 샀다가 오르면 팔고, 하는 식으로. 대단한 모험은 할 수 없지만, 가치있는 것에 조금씩 떼어서 투자해서 회수해 오는 방식으로. 이 세상이 내 마음 같지 않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동원해 살아내 보겠다는 마음. 그 마음을 같이 할 사람들을 많이 만나며 살고 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