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반려동물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나의 원동력

by 현지


2022년 4월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어 줄 소중한 존재를 만났다. 가슴으로 낳아 지갑으로 키우고 있는 나의 소중한 반려견, 짱.


평소와 다를 바 없이 SNS를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항상 귀여운 강아지, 고양이 영상들을 많이 봐서일까? 그날도 귀여운 강아지들 사진이 내 피드에 많이 떴다. 그중에 강아지 3마리가 안겨있는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유기견 입양 홍보 게시물이었다. 사진 속 아이들은 3개월 추정의 아기들이었고 복슬복슬한 털과 발랄한 모습들이 너무 귀여워서 한참 구경했다.


딱 이맘때쯤 타지에서 혼자 생활하는 게 외로웠고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이미 본가에 강아지 2마리가 있었고, 내가 외로워서 강아지를 데리고 왔다가 되려 강아지를 외롭게 할 거 같아서 입양은 절대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래서 입양을 잘 가는지 확인만 하려고 게시물 저장을 해뒀다.


유기견 입양 홍보 글을 본 김에 다른 유기견들도 궁금해서 찾아보기 시작했고, 정말 많은 아이들이 가족을 찾고 있었다. 안타까운 소식들도 너무 많았다. 정말 많은 사진과 글들을 보면서 기뻐하다가 분노하다가 슬퍼했다. 그렇게 점차 유기 동물들에 관심이 커졌다.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세상 구경을 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면...

분명 사랑받던 아이들인데 어느 날 갑자기 가족들을 잃고 혼자 남겨졌는데 안락사밖에 방법이 없다면...

내가 투자할 수 있는 시간들을 온전히 아이에게 투자한다면 차라리 내가 데리고 오는게 낫지 않을까?'


안락사 대상인 아이들 중 입양이 잘되지 않을 거 같은 아이들을 많이 찾아봤다. 믹스견이거나 나이가 많거나 예쁘지 않거나 아프거나. 현실적으로 내가 키울 수 있을지도 많이 고민했다. 아픈 아이를 데리고 오면 계속 옆에서 관리해 줘야 하는데 나는 혼자 살면서 출근도 하기 때문에 불가능했다. 한 달 정도를 고민하면서 정말 많은 아이들을 들여다봤다. 그러다 문득 전에 봤던 강아지 3마리는 입양이 잘 되었는지 확인해 봤다.


강아지들이 나이가 어렸고, 위탁 운영되는 동물 병원에 있었기 때문에 환경도 깨끗해서 입양이 잘 갈 줄 알았다. 그런데 두 아이는 입양을 가고 한 아이만 남아있었다. 이미 공고가 올라간 지 한 달이 다 되어가는 시점이었기에 안락사 순위도 다가오고 있었다. 그나마 나이가 어려서 오래 데리고 있었던 경우이다. 공고 기한이 끝난지도 한참 지났기 때문에 급하게 입양처를 구한다는 여러 홍보글도 올라오고 있었다.


현실적으로 나보다 더 좋은 가정이 있지 않을까 계속 고민했다.

'더 좋은 가정에 입양 갈 수도 있는데 내가 괜히 아이의 더 좋은 미래를 막는 건 아닐까?'


그래도 가만히 지켜보다간 이 아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널 거 같았고 병원에 전화를 했다. 안락사 예정 날짜가 언제인지 물어봤고 약 2주 정도의 기한이 남았던 걸로 기억한다. 마음 같아선 당장 데리고 오고 싶었지만 혹시 그때까지 아이가 입양이 안되면 꼭 전화 달라고 남기고 기다렸다.


그렇게 하루 이틀... 일주일이 지나도 아이의 입양 문의가 들어왔다는 소식도 듣지 못했고 입양 홍보글만 계속 올라왔다. 결국 병원으로 다시 전화했고 아이를 보러가겠다고 했다. 아이를 보러 가겠다고 했지만 내가 데려오게 될 거 같아서 강아지 사료와 용품들도 미리 구매해서 준비해뒀다.


그리고 아이를 보러 간 당일. 사진으로 봤을 때 보다 더 작다는 느낌이 들었고 실물이 정말 훨씬 귀여웠다. 사실 세 아이 중에 외모가 가장 눈에 덜 띄긴 했다. 그래서 아마 혼자 남았던 거 같다. 사진 속에서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크기도 커 보였지만 실물은 너무나 조그만 아기 강아지였다.


운명처럼 내 피드에 떴고, 눈에 너무 밟혔고, 끝까지 입양 문의도 들어오지 않았던 아이. 겨우 3개월이 보호소에 들어와서 세상 구경도 못하고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면 내가 데리고 가는 게 나을 거라고 판단했고 입양하겠다고 했다. 그 자리에서 바로 예방접종을 맞고 내장칩을 삽입하고 동물등록을 하고 데리고 나왔다.


짱이는 정말 활동적이고 사회성이 좋은 아이다. 강아지 친구들을 정말 좋아하고 한번 산책 나가면 3시간 이상은 쉬지 않고 돌아다녀야 직성이 풀린다. 가끔 짱이가 뛰어놀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정말 데리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밝은 아이가 세상에 발도 한번 디뎌보지 못하고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면... 정말 상상하기도 싫지만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하지만 내가 이 아이를 살렸고 내가 아이에게 베풀고 있고 내가 엄청난 주인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한 아이라도 살리려 데리고 왔지만, 짱이가 나에게 와준 덕분에 나의 하루하루가 더욱 의미 있어졌다.


산책을 다니며 동네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었고, 짱이를 위한 산책이 아니라 나의 힐링 시간이 되었다. 짱이가 잘 먹어주길 기대하며 산 간식들을 맛있게 먹어주고 재밌게 놀아주길 기대하며 산 장난감들을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 행복했다. 혼자 지내며 외롭고 무언가 공허했던 내 하루들이 정말 꽉 찬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상상만 하던 내 꿈에 이제는 도전해 보고 싶다는 강한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내가 이 아이에게 받는 사랑이 훨씬 큰데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정말 나의 자식 같은 너무나 소중한 나의 가족이 된 짱이다.



당시 짱이의 입양 홍보 글

첫 번째 - 짱이와 함께 구조된 아이들 (세 자매), 제일 오른쪽이 짱이

세 번째 - 짱이 공고 사진


IMG_8890.jpg
IMG_8889.jpg
IMG_8891.jp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