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반려견에게 항상 묻고 싶다.
"짱이는 어떻게 지내는 게 좋아?"
나에게 역마살은 특정 해에 끼는 게 아니라, 그냥 내 삶이 역마살 그 자체인 거 같다. 호기심 많고 하고 싶은 거 많은 나는 고등학생 때부터 여기저기 많이 다녔다. 나를 제외한 가족들은 모두 지극히 평범한 삶을 추구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나만 혼자서 주거 이동이 잦다.
고등학생 때 필리핀으로 유학을 다녀왔었는데, 그때 더 넓은 세상에 눈을 뜨게 된 것이 시작이었다. 필리핀에서 사귄 친구들은 대부분 수도권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아 서울에 종종 놀러 가게 되었다. 자연스레 서울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방학 때 어학공부를 위해 한 달 정도 서울에 살기도 했다.
대학교를 다닐 때도 처음에는 자취로 시작해서 기숙사에서 지내다가 다시 본가로 들어갔다. 마지막 학기에는 교환학생으로 또 서울에서 한 학기를 살았다. 그러다 취업은 인천으로 하게 됐다. 그렇게 시작한 타지살이에서 만나게 된 반려견이 짱이다.
이렇듯 인생이 역마살인 주인을 만난 덕분에 우리 짱이도 집을 참 많이 옮겨 다녔다. 인천에서 시작해서 울산으로 내려오게 되었고 본가에 있는 강아지, 고양이와 합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1년 정도를 본가에서 함께 지내다 24년에 사업을 시작하면서 또다시 자취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 한 해 동안 짱이는 본가와 자취방을 왔다 갔다 하게 되었고, '과연 짱이는 어디에서 지내는걸 더 좋아할까?' 항상 궁금했다.
본가에는 마당이 있어 짱이가 마음껏 바깥을 왔다 갔다 하며 뛰어다닐 수 있다. 자취방은 작아서 무조건 실외배변을 하던 짱이가 본가에서는 실내 배변도 헸다. 하지만 주보호자인 내가 없으니 방에서 잘 안 나온다고 했다. 그나마 둘째를 좀 따르는 편이지만, 식사시간이 아니면 다른 가족들에게 크게 다가가지도 않는다. 가끔 내 방이나 거실에서 혼자 누워있으면 괜히 쓸쓸해 보이고 안쓰러워 보이기도 했다.
나와 함께 자취방에서 지내면 같이 카페로 출근을 했다. 카페 아이들과 합사는 잘했지만 사람에 대한 낯가림이 심해서 편하게 돌아다니지 못했고 대부분의 시간을 켄넬에서 보냈다. 자취방에 혼자 둘까 생각도 했지만, 너무 긴 시간을 혼자 있어야 했고 실외배변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같이 퇴근을 하고 나면 짱이도 피곤한지 항상 기절하듯 잠을 잤다. 하루종일 나와 붙어있긴 했지만 편히 쉬지 못하는 짱이가 안쓰럽기도 했다.
때문에 '내가 없더라도 넓은 공간에서 편히 뛰고 쉴 수 있는 본가가 좋을지, ' '편히 쉬거나 뛰어놀지 못해도 하루종일 나랑 붙어 있고 산책하는 자취방이 좋을지' 항상 궁금했다.
그렇게 1년을 왔다 갔다 하며 지내다, 결혼을 준비하며 또다시 집을 이동하게 되었다. 그래도 이제는 이전과 같은 고민은 없다. 짱이가 집에서 편하게 쉬면서 아침저녁으로 산책을 할 수 있고, 교대 시간이 잘 맞으면 하루종일 보호자와 함께 할 수도 있는 환경이 되었다. 하지만 가끔 둘 다 야근일 때는 종일 잠만 자게 돼서 미안할 때도 있다.
짱이가 올해로 3살인데 매년 이렇게 지역 이동이 있었다. 현재 거주 중인 집도 임시로 지내고 있는 곳이라 신혼집으로 이사를 가야 할 거고, 현재 타 지역으로 이동해서 다시 울산으로 돌아갈 계획도 있는데...
매번 이렇듯 이동수가 있을 때면 우리 짱이는 주인을 잘못 만나 참 많이 돌아다닌다는 생각이 든다. 덕분에 본가 아이들, 카페 아이들, 지금 같이 키우는 고양이까지 합사도 많이 했다. 매번 이렇게 환경이 바뀌는데도 잘 적응해 주는 짱이가 너무 기특하고 고맙다.
짱이랑 대화를 할 수 있다면 꼭 물어보고 싶다.
"짱아 엄마 때문에 여기저기 이동하느라 많이 힘들지? 그래도 나랑 지내는 게 행복하지?"
카페, 자취방, 지역 이동, 수많은 아이들과의 합사
엄마 잘못 만나서 역마살 제대로 낀 우리 짱이 고생이 많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