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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현주 Jan 05. 2024

다시 태어난 기분





내가 매우 예민한 성향에 속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불과 몇 년 전이었다. 힘든 일을 연달아 겪으면서 도대체 나에게 이런 일들이 왜 계속해서 일어나는건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그런 과정에서 내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생각이 많고, 예민한 편이고, 공감 능력이 높고 이런 성향들을 이제까지 잘 모른 채 고생해 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예민한 사람” 혹은 “예민함” 이라는 것은 요즈음 그래도 주목을 받기 시작했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혼란과 오해를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 같다. 예민하다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왠지 날카롭고 부정적인 이미지들이다. 오히려 이런 사람들은 둔감할 확률이 높다. 정말 예민한 사람들은 참고 견디며 주위를 관찰하고 배려하느라 자신을 잘 돌보지도 못한다.


그래서 늦게라도 시작한 것이 내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고 돌아보는 작업이었다. 자기 자신만큼 알기 어려운 것도 없다고 하더니 그 말이 진심으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이제까지 나는 도대체 무얼 하며 살아온건지,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지에 대해 허탈함도 많이 느꼈다. 이제라도 제대로 살아야겠다는 조급함도 밀려들기 시작했다.


오늘도 여전히 나는 나의 예민함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고민을 한다. 그렇지만 예전과 달라진 점은 이제 예민한 나 자신을 돌봐주려고 노력하는 내가 되었다는 것, 그리고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지만 나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예민한 사람이라고 자각하고 살아본지 얼마 안되어 이제 걸음마 수준이지만, 다시 태어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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