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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현주 Jan 12. 2024

공감, 매우 특별한 능력





내가 예민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몰랐을 때는 공감 능력이 특별하다는 생각을 크게 하지 않았었다. 그저 사람이라면 이해와 공감과 감정 이입을 하겠지 하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공감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오히려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의 신뢰와 배려심을 착취하는 이들이 세상에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들은 바로 나르시시스트들, 혹은 악성 나르시시스트들로 이런 착취적인 성향의 인격 유형은 최근 한국을 비롯 전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가스라이팅을 통해 상대가 자기 의심을 하게 만들고 기만하여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으려고 한다.


이런 나르시시스트들을 만나면서 나는 큰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다. 믿었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전혀 처음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좋은 사람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그럴 때마다 점점 더 내 자신의 판단력을 믿기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사실 당할 때는 나르시시스트나 가스라이팅에 대해서도 모를 때였다. 당하고 나서야 뭔가 너무 이상하고 힘들어서 심리 서적을 읽다가 차차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나르시시스트가 주 대상으로 삼는 성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이런 사람들을 부르는 용어들이 여러개 있었지만 내가 처한 상황을 가장 잘 묘사해주는 것은 바로 초민감자 (hsp: highly sensitive person) 혹은

엠패스 (empath) 였다. 감정 이입이 지나쳐서 타인의 감정을 자기 것처럼 느끼는 이들을 의미한다.


미국의 정신과 전문의인 주디스 올로프는 그녀의 책, "나는 초민감자입니다"를 통해 센서티브한 사람들과 그들의 치유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인류의 약 20퍼센트가 매우 예민한 사람이지만 이들에 대해 제대로 조명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사실 나도 어렸을 때 예민하다는 느낌이나 남들과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나는 위가 약했고, 두통이 있었으며, 피로감을 자주 느꼈고, 무섭거나 잔인한 영상을 전혀 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너무 예민해서 그래“ 라는 반응에 힘들어도 제대로 내색할 수 없었다.

예민함을 비난 받으니 제대로 드러낼 수도 없었고 억눌러야 했고 나 자신에 대해 잘 알아갈 수가 없었던 것 같다. 최근에서야 알게 된 것이지만 나는 남들보다 일종의 레이더가 더 예민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다양한 자극들이나 타인들의 감정이 너무 잘 느껴지고 많은 영향을 받아 소진도 빨리 되었던 것이다.


이는 높은 공감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흔히 겪는 양상들이었다.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다른 면이 있고 힘들어하긴 하지만 평소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의 공감과 배려를 알아보고 착취하려고 다가오는 나르시시스트를 만날 때 위험해진다.


예민한 사람들이 착취적이고 기만적인 사람들을 만나 곤란에 빠지는 이유는 바로 다른 이들도 자신같이 예민하거나 공감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특별히 공감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상대방도 자신과 비슷하게 생각하고 행동할거라는 착각을 하며 곤란에 빠지게 된다.


나르시시스트 성향의 사람들을 만나며 정말 힘든 시간을 보내기는 했지만 그 시간들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 경험은 소중하다. 또한 공감 능력이 상당히 섬세하게 다뤄야 할 자질임을 깨닫게 되었다. 많은 에너지가 소진되는 공감 능력을 나에게 보다 잘 사용하게 된 것은 아무래도 큰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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