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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공장 Sep 22. 2023

독자와의 만남, 그거 별건가요?

#9 첫 독자와의 이벤트 -- 글로벌 버전

지금까지의 여정을 아주 간단하게 요약해보자면,

여행 시작 약 4주 전에 비행기 티켓을 샀고

(사실 바로 1~2주 후에 가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티켓 값이... 너무 비쌌다)

2주 전에 해외 출판을 준비했고

여행을 온 다음 날 아침, 책이 출판됐고

그로부터 일주일이 되기 전에 출판 기념 책 이벤트를 할 장소가 정해졌다.


나열만 해놓고 보면 해외 출판부터 이벤트까지 모든 게 쉽게 잘 풀린 것 같은데 자세히 보면 매일이 1년 같이 알차게 살았던 한 달이었다. 그 속에는 물론 좌절도 있었고 깨달은 바도 많았다. 이 과정은 신기하고 재밌는 부분이 많아서 시간이 허락할 때 꼭 자세히 적어볼 예정이다.


여하튼 책 이벤트를 할 장소까지 섭외가 됐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기쁘긴 했지만, 마치 충동 구매를 했을 때 같이 짧은 유효기간을 가진 행복이랄까. 기뻐야 할텐데 순수하게 기쁘지 않았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니 여행 계획을 짜지 못하고 책 이벤트를 할 곳들에 내 여행 계획이 맞춰져 가는 것 같았다. 예를 들면 스코틀랜드 여행을 하기로 했는데, 기차표를 사서 가지 못하고, 책방에서 답장이 올 때, 책방에서 이벤트를 하자고 할 때, 책 행사와 나와 맞는 일정 등에 내 여행 일정을 맞추고 있는 게 보였다.


물론 답장이 잘 온다면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답장도 빨리 오지 않는데 시간은 가고 있으니 애가 탔다. 그래서 전략을 바꾸기로 했다. 굳이 서점이나 출판사, 에이전시, 책 행사 등 '책'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곳에서 행사를 할 필요는 없다. 나는 단지 독자만 있으면 됐다. 내가 책을 굳이 영문으로 해외 시장에 낸 이유도, 책 행사를 하려고 한 이유도, 내가 쓴 이야기로 독자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경험을 하고 싶어서였다. 그래서 생각한 건 '게릴라 북 콘서트'.


내가 첫 게릴라 북 콘서트를 한 곳은 런던 중심가의 한 모로코 음식점이었다. 마침 그 일대는 지금 수정하고 있는 소설의 배경이 되는 장소기도 해서 나에게 아주 각별한 곳이었다.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4년 만에 간 그곳에도 변화가 많았다.


게릴라 북 콘서트의 대상은 31세의 6년차 연구원 네덜란드인 케빈. 독자 한 명과 이뤄진 소박하지만 깊은 북 콘서트였다. 


가져갔던 한글 버전 <글 공장>도 보여주면서 실제 책을 만드는 데 내가 고민했던 것까지 나눌 수 있었다. 북 콘서트가 좋아, 가족들한테도 나누고 싶다고 가족들 되는 시간을 물어 알려주기로 했다.


마침 여행 에세이를 쓰느랴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물어볼 공통 질문을 두어개 가져갔는데

1. 현재 머릿속에 중요한 이슈가 있다면?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내가 지금 일하는 곳이 내가 계속 일할 곳일 것 같진 않다. 학계에 있다보면 내가 하는 일이 실제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알기가 어렵다.


2. 지금 죽는다면 어떤 말을 세상에 남기고 싶은가?

Enjoy life, it’s short. 삶을 즐겨라. 삶은 짧다.


북콘서트로 시작했지만, 케빈의 커리어, 가족, 앞으로의 계획 등에 깊은 고민과 생각을 들을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다. 자신의 커리어가 실제 세상에 도움이 얼마나 되는지를 나눌 때는 진지했으며 (코로나를 포함한 질병 모델링으로 영국 정부에 자문을 주는 일들을 해왔다. 근데 이런 고민을 한다고!) 오늘 집 구매를 했다며 앞으로 모기지를 35년동안 값아 나가면 자긴 60대라고 얘기했을 때는 장난기 가득했으며 책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때는 호기심으로 눈이 반짝였다.


속을 잘 보여주지 않을 것 같지만, 알면 알수록 매력이 가득한 사람, 케빈과 첫 독자와의 만남이 이뤄졌다. 중간에 회의가 있어 잠깐 사라졌지만, 퇴근 하기 직전까지 삶을 나눠줬던 나의 첫 북 콘서트!




엑셀과 숫자를 사랑하는 소설가로

유럽, 라틴 아메리카, 아시아 등지에서 살았습니다.

코로나로 4년정도 국제여행을 하지 못하다가

오랜만에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친구들 보러 여행 왔다가

책을 내고 

외국에서 책 이벤트까지 하게 된 여정을 담았습니다.


워낙 매일 영화같은 일들이 계속 벌어지는 일상이라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무지 기대됩니다.


총 6주 동안 여행하고 있고

오늘은 10일째입니다.

남은 한달+의 여행동안

매일 글을 올릴 예정입니다. (**올라오지 않으면 독촉 부탁합니다)


정제되지 않은, 여행지에서 바로 전하는 진행형 글입니다.


인스타그램에서 생생한 스토리를 사진과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hyunju_writer

해외에서 이벤트를 준비하는 책이 궁금하다면: 

The Words Factory (영문 버전) 혹은 글공장(한글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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