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llo HR Apr 23. 2019

4月 : 자율이 책임을 찾습니다

책임 : 어떤 일에 관련되어 그 결과에 대하여 지는 의무나 부담

 4차 산업 혁명이 기업 비즈니스를 관통하고 있다고 거창하고 유려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빠르게 변화하는 현 세태에서 많은 기업들의 화두는 지속 가능한 성장과 생존이다. 이를 위해 조직 내외부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상정하였으며 이에 대한 해답을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조직 문화 구축에서 찾으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기업 내 변화와 혁신의 출발점은 사람과 조직이며, 일하는 방식과 조직 문화의 변혁과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실제 많은 기업들이 한해 목표를 발표하는 것을 살펴보면 결국 "일하는 방식과 기업 문화의 혁신으로 시장을 선도하자!"라는 프레임으로 귀결된다.)


 흔히 수평적 조직문화를 지향하는 기업들의 주요 캐치 프레이즈 중 하나는 "자율성과 유연성을 높여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자율성을 높이기 위한 일환으로 자유로운 복장과 직급제 폐지, 수평적 호칭 등의 세부 실행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정장 차림에서 청바지와 후드티를 입고, 김 부장님에서 김○○님으로 호칭을 바꾸고, 직급 체계를 아예 없애거나 단순화하는 것이 수평적 소통과 자유로운 조직 문화를 담보하지 않는다.

(사람과 조직은 낯선 변화를 조우할 때마다 제자리로 돌아오려는 관성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간편해진 복장과 이름 혹은 영어 호칭 등의 자유로운 문화 속에서도 내부 정보와 의사결정 권한은 특정한 사람 또는 지위에 집중되어 있다. 결국 열린 커뮤니케이션으로 지위 고하에 관계없이 너도 나도 의견을 제시하고, 창의성 발현을 최우선 가치로 상정함에도 불구하고 의사결정은 조직 위계에 좌지우지되는 경향이 다분하다.


 이미 우리는 조직 내 수많은 변화와 혁신의 과정을 경험하였다. 하지만 시작이 창대한 변화의 슬로건은 어느새 일상의 단조로움 속에 편입되어 소리 없이 사라지는 경우도 부지기수로 경험하였다. 과연 자율 그리고 수평적 소통이라는 슬로건 하에 무엇이 부족했던 것일까? 필자는 그것에 대한 해답을 넷플릭스 사례에서 찾아보았다.


 비디오 스트리밍 및 자체 콘텐츠 제작 등 연이은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으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넷플릭스는 사업 자체의 뛰어난 역량뿐만 아니라 선진 조직 문화 구축을 위한 벤치마킹 대상이기도 하다. 넷플릭스를 설명하는 다양한 문장 중에 필자에게 가장 와 닿았던 것은 바로 "어른으로 대접하라."라는 글귀였다. 실제 넷플릭스는 조직을 관통하는 최소한의 절차와 규정을 강조하고, 기존 위계적 조직 구조에서 다분하였던 통제와 관리라는 개념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기 위해 노력하였다. 이에 구성원들이 스스로 의사 결정하고 책임지면서 기민하게 생각하며 일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을 만들고자 하였다.


 이러한 노력이 구체화되어 나타난 것이 바로 "휴가 정책이 없는 정책(no-vacation-policy policy)"이다. 말 그대로 내부 취업규칙이나 근로기준법에 의거해 휴가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자의적으로 판단하여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만큼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이다. 혹자는 이처럼 직원들에게 무제한의 자율을 제공함으로써 업무 생산성이 저하되고, 기업의 영속성을 저해하는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가장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우리는 직원들을 불필요한 규칙과 승인 등에서 해방시키고, 조직 내 생각과 의지를 가진 주체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일 것으로 사료된다. 이런 가치 철학 하에 회사의 경비 정책을 없애거나 사내 헤드헌팅 회사를 만들고, 연 단위 사업계획과 전략을 수립하던 기존 방식을 탈피하고 분기별 계획을 정립하는 등의 변혁적인 시도 또한 위와 궤를 같이 한다.


 개인적으로 자율적이며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구축함에 있어 필수 불가결한 요소는 책임(responsibilty)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많은 기업들이 제2의 창업 혹은 새로운 도약을 외치며 일하는 방식과 조직문화 쇄신에 온갖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하지만 "스스로 원칙을 세워 결정하고 자신을 통제한다."라는 자율의 사전적 의미처럼 과연 책임이라는 가치까지 동시에 전달하려고 노력했는지 고심해볼 필요가 있다. 결국 책임이 수반되지 않는 자율은 그저 화이부실(華而不實)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회사가 직원들을 어른으로 대할 때, 직원들도 어른으로서 행동한다.
 직원들은 자유를 남용하지 않는다.
- 넷플릭스 1장 : 어른으로 대접하라 -




본 포스팅은 아래의 자료를 참고하였습니다.


1. 패티 맥코드. (2019). 넷플릭스 성장의 비결: 파워풀. 한국경제신문.

작가의 이전글 3月 : 피드백 부끄러워 마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