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endipity is the occurrence of an unplanned fortunate discovery.
세렌디피티는 기대하지 않은 운 좋은 발견을 의미한다. 전쟁 한가운데에서 인생의 반려자를 만나거나, 길거리에 떨어져 있는 5만 원 지폐를 줏는다든가, 아니면 아파트 단지 사이에 있는 개천에서 민물새우를 만난다거나, 뭐 그런 것이다.
어제는 첫째 준서 유치원 하원 길에 와이프와 둘째 민서와 함께 산책을 나섰다. 아파트 앞에 운중천이라고 좁지만 꽤 긴 하천이 있는데 그 길 옆에 예쁜 산책로가 있어 그 길을 따라 쭈욱 걷기로 했다. 이제 70일 갓 된 민서도 살랑살랑 부는 바람과 파란 하늘이 싫지만은 않은 듯했다.
준서는 네 발 자전거에, 민서는 유모차에, 그리고 나와 아내는 각각 하나씩 전담 마크하여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참을 걸어갔다. 우리는 어느새 꽤 많이 걸어왔고 반대편으로 건너갈 수 있는 징검다리를 마주하게 되었다. 준서와 나는 얕은 개천에 물고기라도 하나 있을까 싶어 가까이 가보았다.
We have experienced the serendipity
그런데, 두둥.. 민물가재 한 마리가 바위 곁에 웅크리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조용히 다가가서 살짝 물밖으로 꺼내보았다. 내 검지 손가락만한 작은 가재였다. 평소 조심성이 많아 낯선 물체와는 항상 거리를 두던 준서도 도심 속 민물가재가 꽤 신기했는지 사회적 거리두기 social distancing 를 포기한 채 가까이 다가갔다.
나 어릴 적에는 꽤 많이 보고 잡아서 장난치던 생물이지만 준서와 같은 21세기 소년에게는 아쿠아리움에나 있을 법한 것이니 신기하기도 했을 것이다. 왼쪽 집게가 없는 것은 원래부터 저런 것은 아니었을테지만, 우리가 그런 것은 맹세코 아니다.
운중천이 아무리 깨끗하다고 해도 아파트 사이에 있는 천에서 민물새우가 산다니 믿기지 않았다. 물론 잡힌 민물새우도 어리둥절했을 것이다. 내가 도심 속에 살고 있었다니!! 상황이 이상함을 눈치챈 민물새우는 우리를 피해 달아나려고 했다. 하지만 어린 준서는 민물새우를 보내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여러 차례 민물새우를 도심으로 소환하였고 Welcome to Pangyo, 한참을 구경하다 자연으로 보내주.. 아니 도피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집에 와서 기사를 찾아보니 작년 가을 무렵에 성남시에서 운중천에 토종 민물고기 4000마리를 방류하였다고 한다. 인근 판교시립어린이집 원아 100명, 시민 등 180여 명이 참여해 버들치, 참갈겨니, 참종개, 납자루, 각시붕어 등 민물고기 5종류를 방류했다고 하는데 지방자치단체의 이런 노력들은 매우 바람직한 것 같다.
이번 주말에는 방류한 버들치, 참갈겨니, 참종개, 납자루, 각시붕어가 잘 살고 있는지 준서와 함께 관찰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