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정책분석(AP) 기말시험을 끝으로 가을학기가 종료되었다. 첫 학기여서 다소 부담이 있었는데 무사히 잘 끝나서 다행이다. 겨울학기까지 한 달간의 휴식이 주어졌는데 남부럽지 않게 잘 놀아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이제 곧 크리스마스다. 지난주를 기점으로 모든 집들이 외관을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꾸미기 시작했다. 할로윈 때는 무섭고 오싹하게 꾸미는 게 컨셉이었다면 크리스마스 장식은 다들 부드럽고 따뜻한 분위기로 꾸미는 것 같다. 연말까지 해골을 걸어놓을 수 없으니.
할로윈 때 난리를 쳤던 집들은 역시나 크리스마스 장식도 화려하다. 사람 쉽게 안 변한다. 그때 눈 여겨봤던 몇몇 집들은 지붕부터 벽, 앞마당, 개러지까지 형형색색의 전구로 도배하여 완전 빛 축제를 벌이고 있다. 교외 집들이 거의 다 목조 주택인데 저렇게 해놓고도 불 안나는 걸 보면 참 신기하다. 요즘 보험회사 가이코 GEICO 광고 중에 어떤 집이 크리스마스 전구 장식을 너무 많이 해서 지구 밖 우주정거장에 있던 우주인이 눈 부셔하는 장면이 있는데 우리 동네 몇몇 집이 아닐까 의심스럽기도 하다.
할로윈 때 본인 집 앞을 무덤으로 만들었던 몇몇 집들은 회개라도 하는 듯 성모 마리아와 예수님을 모셔다 집 앞에 놓았다. 그들은 인생이 실수와 반성으로 반복되고 있음을 몸소 보여주는 것 같다. 물론 내년 할로윈이 되면 마녀와 해골들이 또다시 집을 뒤덮겠지만 아직까지는 그렇다.
거의 모든 집이 많든 적든 크리스마스 조명을 하다 보니 저녁이 되면 동네가 참 예쁘게 변한다. 가끔은 동네 조명 장식들을 구경하기 위해 차를 타고 동네를 한 바퀴 돌기도 한다. 노란색 전구로 따뜻하게 꾸민 집, 빨강 초록 형형색색 전구로 반짝반짝 꾸민 집 등을 넋 놓고 보다 보면 기분이 저절로 좋아진다. 다음 주부터는 반경을 넓혀 옆동네도 보러 갈 예정이다.
어렸을 적 내 기억에 남아있는 집 조명 장식은 영화 '나홀로 집에' 케빈 집이었다. 어린 눈에도 노란 전구로 집 전체를 꾸민 케빈 집은 참 예뻐보였다. 당시 한국에는 교회나 백화점 정도 가야 볼 수 있는 화려한 장식들을 일반 가정집이 아무렇지도 않게 달고 있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했다. 우연이지만 영화 '나홀로 집에'의 실제 케빈 집이 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극중 케빈이 시카고에 살고 있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암튼 '나홀로 집에'를 수십 번 본 보람이 있다.
이맘때가 되면 ABC 방송국에서 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The Great Christmas Light Fight'라는 프로그램이다. 내용은 실제 자기 집을 크리스마스 전구로 예쁘게 꾸며 경쟁에서 승리하면 50,000불(한화 5,500만원)을 상금으로 주는 것이다. 약간 잉여력 대잔치 같은 느낌이 강하지만 실제 많은 교외의 미국인들이 매년 크리스마스 조명을 꾸며왔기 때문에 가능한 프로그램 같기도 하다. 출연자들도 평범한 할아버지나 아저씨들이라서 친근하기도 하다. 아래는 작년 유튜브 영상인데 개인이 왜 저렇게까지 해야하나 하는 생각은 들지만, 그래도 보는 재미는 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 설렘과 함께 아쉬움이 교차한다. 올해는 둘째가 태어나고 미국에도 오게 되면서 삶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코로나로 여러 면에서 힘든 한 해였지만 그래도 많은 면에서 감사한 한 해이기도 했다. 2020년이 지나가는 것이 너무 아쉽다. 12월 한 달, 여유를 가지고 잘 정리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