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내 박물관 트로이카가 있다. 시카고 미술관, 과학산업박물관, 필드 자연사박물관.
짧게 소개하자면 시카고 미술관에는 조르주 쇠라의 그랑드자트섬의 일요일 오후가 있고, 과학산업박물관에는 U-505 잠수함이 있으며, 필드 자연사박물관에는 6,700만 년 전 티라노사우르스 공룡(T. rex) 화석이 있다.
지난 목요일, 방과 후 준서를 데리고 필드 자연사박물관을 다녀왔다.
여러 전시물들이 눈길을 끌었으나 역시 메인은 티렉스 화석이었다. 화석의 이름은 "SUE"였는데, 처음 화석을 발견한 Sue Hendrickson이라는 화석 사냥꾼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그녀는 1990년 사우스다코다주 Faith 라는 곳에서 이 화석을 처음 발견했다. 그녀가 발견한 것은 거의 완벽한 티라노사우르스 화석으로 전체 뼈의 90퍼센트를 복원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는 현재까지 발견된 30개의 티라노 화석들 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이후에 필드 박물관이 소더비 경매에서 이 화석을 836만 불(한화 93억 원 정도로 화석 경매 역사상 최고액)에 구입하였고 1997년 시카고로 옮겨지게 되었다. 옮겨질 당시에 뼈 주위에는 돌이나 바위들이 붙어있는 상태였다. 따라서 1998년부터 2000년까지 12명의 전문가들이 30,000시간을 들여 뼈를 깨끗이 발굴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2000년 5월 17일, SUE는 전체 높이는 13피트, 길이는 42피트, 2000파운드의 머리에 58개의 이빨이 달려진 상태로 대중에게 처음 공개되었다. 당시 SUE를 보기 위해 당일에만 10,000명이 박물관을 방문하였고 그다음 주에는 클린턴 대통령도 관람하였다고 한다.
SUE는 6,700만 년 전 백악기에, 아주 우연하게도 강 옆에서 죽게 되어 화석이 잘 보존될 수 있었다. 덕분에 과학자들은 공룡의 진화, 성장, 행동 등, 더 구체적인 공룡 연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SUE는 차골(wishbone)이 발견된 첫 번째 티라노 화석이었는데, 이로 인해 현재의 새(bird)들이 살아있는 공룡의 한 종류라는 과학자들의 이론이 지지받을 수 있었다.
나와 SUE 사이에는 6,700만 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이 있었다. 필드 박물관은 억겁에 가까운 그 세월을 풀쩍 뛰어넘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비록 뼈뿐이었지만 그 옛날 미국 본토를 뛰어다닌 공룡과 마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가슴을 콩닥콩닥 뛰게 하는 경이로운 경험이었다.
언젠가 시카고에 올 기회가 있다면 잠시 들러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