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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서민서패밀리 Jun 24. 2024

성심당 튀소 맛있게 먹는 방법


대전 출장길이다. 어김없는 술약속에 늦은 시간 대전역에 도착한다. 플랫폼으로 가는 길 2층 구석 한편에 성심당이 보인다.


2012년 대전역 처음 입점 당시 성심당은 탑승구 입구 쪽에서 빵을 팔았다. 기차에 오르기 전에 반드시 지나갈 수밖에 없는 위치에 대전 대표 빵집이 위치하고 있었던 것이다.


당연히 빵을 사려는 사람들로 긴 줄이 늘어서게 되었고 곧 입소문이 퍼져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다. 당시도 그렇고 지금도 기차 타는 사람들 손에는 하나씩 성심당 종이가방이 들려있다.


성심당은 어렸을 적 부모님 손에 이끌려 가던 동네 빵집이었다. 이제는 영업이익이 파리바게트를 능가하는 대전 향토 중견기업이 돼버렸지만 여전히 내 기억엔 동네 빵집이다. (분점 포함 4군데 밖에 없다)


참새가 방앗간을 어찌 그냥 지날 수 있을까. 오랜 추억 속 빵냄새에 이끌려 동네 빵집에 오랜만에 들러본다. 10시 넘은 늦은 시각 남은 빵이라곤 튀김소보로(튀소)와 고구마튀김소보로(튀소구마)뿐이다. 각각 3개씩 들어있는 형제세트를 시킨다. 단돈 만원의 행복이다.


갓 튀겨낸 튀소와 튀소구마를 종이박스에 담아준다. 뚜껑을 열어둔 채다. 두둑한 종이가방을 손에 쥔 채 플랫폼으로 향한다.



22:20 수서행 SRT열차 도착이 10여분 남았다. 아직 열이 식지 않은 튀소구마를 하나 꺼내 손에 든다. 플랫폼 안 나무벤치에 앉아 한 입 베어문다. 바삭한 튀김소보로에 더해 고구마의 달콤함이 입 안에 가득 찬다. 데일 것 같은 뜨거움 속에 바삭함이 더해진다. 아는 맛이 제일 무서운 법이라고 언제나 맛있는 빵이다.


튀소구마 하나를 후딱 해치우고 나서도 기차도착이 아직 5분이나 남았음을 깨달았다. 튀김소보로를 하나 더 꺼낸다. 아직 따뜻하다. 한 입 베어무니 그 안에 단팥이 스며 나온다. 튀김소보로와 단팥의 콜라보가 경이롭다.


단팥빵의 달콤함, 소보로의 고소함, 도넛의 바삭함이 더해진 튀김소보로가 처음 튀겨진 것이 1980년 5월 20일이라 하니(“우리가 사랑한 빵집 성심당” 책 내용 참고) 그 역사가 고스란히 내 입 안에서 생동하는 듯 하다.


앉은자리에서 10분도 안돼 튀소구마와 튀소를 한 개씩 해치웠다. 술에는 장사 없다고 술이 먹심을 일깨웠고 결국 성심당 빵 두 개를 한 자리에서 해치웠다.


항상 깨닫지만, 성심당 빵을 제일 맛있게 먹는 방법은 갓 나온 빵을 산 후 플랫폼에 가져와서 기차를 기다리며 뜨거을 때 바로 먹는 것이다. 다 식은 빵 덥혀서 먹어봐야 절대 그 맛이 나오지 않는다.


함경남도 함흥에서 피난 온 창업주가 대전역에서 밀가루 두 포대로 단팥빵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출발한 성심당이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운영되고 있는 걸 보면 대전이 고향인 사람으로서 뿌듯함을 느낀다.


생각이 거기서 멈추자, 22:20 SRT 372호 열차가 타는 곳 3번으로 도착했다. 기차에 탑승하여 6C 좌석에 앉은 후 그대로 잠이 들었다. 입안의 달콤함이 나를 좋은 꿈으로 인도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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